금지의 작은 역사 Smoking

금지의 작은 역사 
김성환 외 지음, 인문학협동조합 기획/천년의상상

 

이 책에 묶은 글들은 우선, 한국에서 금지 또는 금기시되는 여러 가지 사상·풍속·사생활 영역의 것들의 역사와 그를 둘러싼 규범과 문화정치를 살피고자 한 것입니다. 그것들은 물론 ‘현재’에도 살아 있는 것이어서 문제적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한국의 자유와 다양성의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곧 우리가 누리는 ‘자유 민주주의’의 양과 질에 대한 점검이며 동시에 ‘평등’의 수준에 대한 평가도 됩니다. 억압이란 모두에게 똑같이 가해지는 것이 아니고, 금기는 항상 특정한 젠더나 계급을 배제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여는 글 중)


취지는 좋은데 몇몇 꼭지는 지독하게 안 읽힌다. 저자 이름으로 다섯 명이 적혔으나 꼭지별 글쓴이 명시는 없다. 몇 십 년 전과 같은 금서 시대도 아니고 엄연한 출판사에서 펴내고 판매하는 신간인데 별스럽다. 개성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문체이기는 하다. (재미없게 쓰였다) 신문에 연재했던 꼭지들이라니 나로선 이미 각오한 게 있었다. 따옴표 남발. 여는 글 발췌문만 해도 현재! 자유 민주주의! 평등!이란다. (느낌표는 따옴표 오마주임) 글 잘 쓰는 저자 책들을 바로 전에 읽어서였을까. (눈 버린 셈) 덮었다가 폈다가 띄엄띄엄 퐁당퐁당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금지의 작은 역사>는 어차피 ‘금지를 금지한다’는 슬로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나인가? 나이다.) 볼 거니 독자 유혹하기를 포기한 게 아닐까. 그래, 어차피 그렇다면…… 17장 대마초 꼭지로 직행한다.


불과 47년 전인 1970년만 해도, 대마초가 이 땅에서 금지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을 우리는 잊곤 한다. 대마초는 농촌의 상비약으로 누구나 조금씩은 복용하는 약재였다. 재미로 즐긴 것도 아니고 단지 담뱃값이 아까워 대마 잎을 대체재로 삼아 피우는 수준이었다. 대마는 농촌의 소박하고 가난한 풍경 속에 놓여 삶과 공존하고 있었다. (251)


내 할머니 할아버지가 농부였을 무렵은 그랬겠구나. 이웃들과 밭에 앉아 대마 잎을 피우며 도란도란 얘기하는 모습이 평화롭도다. 이후 주한 미군 병사들이 ‘해피스모크’를 알아채고 남용하고 퍼뜨리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들의 탈선을 막기 위해 주한 미군이 한국 보건사회부에 단속법 제정을 촉구했다는 얘기. 이후, 차례로 습관성 의약품 관리법, 대마관리법이 생긴다. TV 뉴스에서 수갑으로 줄줄이 엮인 유독 연예인 모습은 우리가 잘 기억하는 바다.


단속법 이전 주한 미군이 일으켰다는 문제는 대마초 환각으로 인한 게 아니다. 돈을 구하기 위한 절도나 시비였다. 대마초는 흥분제와는 달리 긴장을 이완하여 사람을 나른하고 유순하게 한다. 담배보다 중독성이 약하고 덜 해롭다.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의약품으로서의 효능도 많다. 여러 나라가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추세다. 특이하게 중국은 대마초가 불법이나 대마 연구는 활발하여 관련 특허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단다.


대마의 여러 쓰임새와 의료적 효용은 <의료용 대마초, 왜 합법화해야 하는가?>에서 잘 볼 수 있다. 모르면 무서워하고 무서워하면 혐오하고 혐오하면 폭력적이게 된다고 <의료용 대마초>에서도 역설하는 바. ‘대마 혁명의 시대’(254)라고까지 일컫는 지금 우리도 대마의 무궁한 가능성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강력한 합성 마약과 뭉뚱그려 대마를 악마시하는 건 아무리 봐도 불합리하다. 딱딱한 이 책에서 명문장 하나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마약의 권리를 국가에 뺏긴 이후부터 우리는 대마초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다.’(253) 대마 뿐 아니라 다른 많은 금지, 금기의 역기능일 터다.




덧글

  • 최세희 2019/07/08 19:16 # 삭제 답글

    “느낌표는 따옴표의 오마주임” 진짜 귀여움 뿜뿜이세요.
  • 에르고숨 2019/07/08 19:27 #

    아늬; 대마초 비범죄화 하자는데 무섭지 않으시단 말씀임미꽈?ㅋㄷㅋㄷ
  • 최세희 2019/07/08 20:03 # 삭제

    “불건전한 자유로움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니, 국가가 개인의 외로움을 어떻게 달래줄 수 있어요? 허무주의를 추구할 수 있는 자유도 있는 것 아닙니까?”(전인권) “나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내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 (프랑수아 사강)
    비지엠은 산울림 초기 음악이 좋겠군요. 대마를 말아 피며 기형도의 시를 음미하고 싶군요. 켐 다운~릴렉스~릴렉스~
  • 에르고숨 2019/07/08 20:11 #

    ㅎㅎㅎㅎ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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