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스테이트 Smoking

일렉트릭 스테이트 - 10점
시몬 스톨렌하그 지음, 이유진 옮김/황금가지


크레마마 님으로 보다가 좌절했다. 깨알 글씨 확대, 이동, 축소하는 데 시간이 백 만년 걸리는 건 둘째로 치더라도 그림이, 이 멋진 그림들이... 흑백.


(63/73)


흑백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크레마마 님 디스플레이가 텍스트 적합이라 어두운 곳 디테일이 다 뭉개진다. 인화를 아주 못한 사진이 되는 셈이다. 그림 제대로 보고 싶어... pc용 알라딘 전자책 리더는 내 바보컴에서 작동도 되지 않고. 할 수 없이 중년폰에 알라딘ebook 앱 깔았다. 헛.


멋져서 기절. 정신 차리고 나서 드는 생각이, 이 책은 전자책으로 사서 컴퓨터 큰 화면으로 보는 게 마침맞을 듯하다. 종이책 질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으나 인쇄를 거치면 아무래도 화면보다는 탁해지기 마련이라.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미셸이 있고 동행하는 로봇 스킵이 있다. 풍경이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H. R. 기거라고나 (감히) 할까. 황량함 속 갑툭 초현대문명이 마치, 허무와 생경함이 명징하게 직조해낸(ⓒ이동진) 현대문명비판우화 같다. 스톨렌하그의 대체역사 SF 속 미국에서 ‘정상’인 사람들은 누구나 머리에 뉴로캐스터를 쓰고 산다. 가상현실 기술이렷다. 미셸의 사연은 미셸이 들려주는데, 다른 목소리 하나가 더 이탤릭체로 등장해 이건 뭔가 싶다. 뭐지, 혹은 누구지? 불모의 디스토피아를 구하거나 혹은 더 심화할 어떤 존재일까. 선천적으로 뉴로캐스터가 효용이 없는 우리 주인공, 희망이로구나. 건투를 빈다. 빌게 된다. 단단하고 강한 철 덩어리가 아니고 뇌 속 연약해빠진 ‘분홍빛 쪼가리들’일지라도 어쩌랴, 아직은 그걸 믿을 수밖에.


사격 직후, 나는 그 자리에 웅크려 내 눈앞의 판석 바닥에 잔뜩 튀어 있는 분홍빛 쪼가리들을 바라보았어. 그리고 기지의 경보 시스템이 채 울리기도 전에 이런 생각을 했지. 저기 있구나! 그러니까 베샤멜소스 조리법 말이야.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서 피터의 두개골이었던 구덩이에 저 쪼가리들을 모두 다시 집어넣는다고 해도 조리법은 영영 잃어버린 거란 말이지. 피터의 라자냐는 사랑, 증오, 불안, 창의성, 예술, 그리고 법과 질서와 마찬가지로 그 분홍빛 덩어리 속에 어떤 정교한 방식으로 존재했던 거야. 그건 우리를 늘씬하게 생긴 침팬지 이상의 존재로 만든 전부였어. 그런데 그게 판석 위에 흩뿌려지고 인간이 지닌 어떤 기술로도 다시 맞출 수가 없었던 거야. 믿기 힘든 일이었지. (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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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을 읽는데 대한민국이 보입니다. 올해의 콩고민주공화국은 다른 말로 올해의 역사서일 수도 있겠습니다. 축하합니다.9. 올해의 일러스트는 시몬 스톨렌하그의 <일렉트릭 스테이트>입니다. 저자는 ‘시각 스토리텔러’라고 불리는 모양입니다. 전자책으로 보았는데 화면을 넘길 때마다 눈이 호강했습니다. 그림들이 환상적입니다. ‘황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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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닐 거면서) 알 수 없지만, 끝없이 쓰레기를 줍는 안드로이드들과, 자생적으로 적응하여 변모한 자연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짠하다. 시몬 스톨렌하그의 <일렉트릭 스테이트> 장면이나 레이 브래드버리의 <부드러운 비가 내리고>가 연상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무너진 다리>다. 그래비티 책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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