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마지막 날들 Smoking

밤의 마지막 날들 
그레이엄 무어 지음, 강주헌 옮김/교보문고(단행본)


1880년대 초 영국 두 사람에 이어 1880년대 말 미국 두 사람 얘기를 읽는다. 소위 전류 전쟁War of Currents을 다룬 팩션이다. 전류 전쟁이 무엇인가. ‘1880년대 후반, 조지 웨스팅하우스와 토머스 에디슨이 전력의 송전 방식을 두고 벌인 경쟁을 가리키는 용어’(512)라는 해설이 달렸다. 에디슨(1847~1931)이 ‘발명’한 전구는 직류를 쓰고, 웨스팅하우스(1846~1914)가 안정적으로 개발하려는 전류 시스템은 교류였다.


경계선이 그어졌다. 누구나 어느 쪽이든 한쪽을 선택해야 했고,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어야 했다. 빛의 네트워크이자 인맥의 네트워크였다. 또한 권력의 네트워크이자 돈의 네트워크였다. (115)


전류 전쟁을 다뤘다는 설명을 봤을 때부터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이 있었으니, 다시 소환해보자.


맹기완 작가 <야밤의 공대생 만화> 60쪽이다. 해럴드 P. 브라운(1857~1944)이라는 전기공학자가 교류 시스템을 평가 절하하는 선전선동을 벌인다. 그림처럼 귀엽기만 했으면 좋으련만. 신문 기사를 통해 교류의 위험성을 역설하고, 웨스팅하우스를 돈만 밝히는 가증스러운 악당으로 몰며, 동물 감전사 시연까지 벌이는 지경이다. 브라운의 엽기행각은 전기의자 발명에도 이르는데, 물론 교류를 이용한 장치였다. 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에디슨과 연줄이 닿아 있었다는 사실. 두둥.


발명왕으로 알려진 에디슨의 민낯은 (동심 파괴) 소송왕 특허성애자 장사꾼……. 그렇지만 끝에 가서는 쿨한 개발자의 모습도 보여준다. 희대의 발명품 이면에 도사리는 특허싸움과 경제계의 이권 다툼에서 ‘대표 배우’로 굴러먹은 처세일 듯도 하지 싶다. 작품 속 주인공이 변호사여서, 이야기 속 전기 지식이 상식선에 머무는 점은 미덕이다. 우여곡절 끝에 EGE(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가 짧은 이름 GE(제너럴 일렉트릭)로 바뀌는 과정에서 J. P. 모건이 에디슨에게 하는 말. “미안하네, 토머스. 이제 자네에게는 내가 원하는 게 없어.”(455) 경제계란 이런 거다. 가차 없어. 소송왕 에디슨이 처음으로 불쌍해 보이던 순간이랄까.


뜨겁던 전류 전쟁 시기 좋은 의미에서 ‘갑분싸’인 인물이라면,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고 혼자 꿈꾸는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1856~1943)다. 일론 머스크가 존경하여 자동차에 이름을 주었다는 그 테슬라 맞다. 과연 종잡을 수 없는 천재로 등장한다. 안타깝고 엉뚱하고 불안해 보이고 프로이트와 동갑내기이고. 이 괴팍한 천재가 그나마 덜 오해될 수 있는 근거라면 자서전이 아닐까 싶다. 자서전을 써줘 고마울 정도다. 그래서 작가 그레이엄 무어도 19세기 전류 전쟁을 잘 쓸 수 있었을 터다. 또한 에디슨은 일기를 거의 매일 썼다고 하니 작가로서는 행복했겠다. 참고 자료 목록이 길다. 재밌는 소설이 된 전류 전쟁, <밤의 마지막 날들>이다.


전구를 발명한 주역은 그들 모두였다. 그들이 함께했던 까닭에 지금 미국의 뼈와 살이 된 시스템이 탄생할 수 있었다. 누구도 혼자서는 그 시스템을 이루어낼 수 없었다. 적어도 폴이 보기에 그 경이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는 테슬라와 같은 몽상가, 웨스팅하우스와 같은 유능한 기능공, 에디슨과 같은 장사꾼이 필요했다. (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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