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동물원 Smoking

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황금가지


표제작이 후져서 놀랐다. 휴고 상,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모조리 다 받았다는데, 판타지+신파+모성애를 만나게 될 줄이야. 제목 ‘종이 동물원The Paper Menagerie’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 동물원The Glass Menagerie」에서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 같은 아픔 : 켄 리우의 물에 젖은 신문지 신파랄까. 오마주이거나 변주이거나, 나한텐 쌈박하지 않은 동물원이다. 나머지 단편들이 더 좋은데 인공지능, 대체역사, 성간여행, 신체개조 등 열네 편이 각양각색이다. 마지막 작품으로 수록된 대체역사물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동북아시아 현대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대단하다. 중편 분량인데도 긴 다큐 영화를 (눈물 콧물 흘리며) 보고 나온 느낌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은이의 말에 따라붙는 참고 문헌 목록이 가장 긴 소설이기도 하다. 켄 리우 일본어판 단편집에서는 쏙 빠진 작품이라니, 전범 국가다운 출판행태이자 동북아시아에는 묘한 광고가 되기도 하겠다.


요시다 대사님, 이 점만은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정론자들은 잔학 행위의 희생자들에게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단지 고문자와 살인자의 편에 서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희생자들을 역사에서 지우고 침묵시키는 행위에도 가담하고 있는 겁니다. 희생자들을 새롭게 죽이고 있다는 말입니다. (613/678,「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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