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NoSmoking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마에노 울드 고타로 지음, 김소연 옮김/해나무


메뚜기는 한자로 ‘비황(飛蝗)’이라 쓰는데 곤충의 황제라는 뜻이다. 세계 각지의 곡창 지대에는 반드시 고유종의 메뚜기가 서식한다. 내가 연구 중인 사막메뚜기는 아프리카의 반사막 지대에 서식하며 가끔 대규모로 발생하여 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그 피해는 성서나 코란에도 기록되어 있다. (…) 지구 육지 면적의 20퍼센트가 이 메뚜기로 인해 피해를 입으며, 연간 피해 총액은 서아프리카에서만 400억 엔 이상에 달하는 등 아프리카의 빈곤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125)


고독상 메뚜기, 즉 떼를 이루지 않고 드문드문 날아다니는 메뚜기는 본 적 있어도 엄청난 무리, 군생상 메뚜기는 실제로 본 적 없습니다. 영화나 문헌에서 묘사한 메뚜기떼는 정말 무섭지요.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는 마에노 울드 고타로의 사막메뚜기 연구기입니다. 곤충학 박사후 과정으로 모리타니 메뚜기 연구소에서 보낸 2년과, 이후 무수입 걱정, 책을 내게 된 과정, 그리고 마침내…… 스포 안 하렵니다. 표지만 보고도 이 책이 사랑스러우리라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덕후필이 모락모락. 네, 웃기는 책 좋아합니다.


어릴 때 꿈을 실제 이룬 사람으로 음…… (퍼뜩 떠오르는 인물) 오바마 미국 전대통령을 압니다. 이제는 마에노도 같은 줄에 세웁니다. 파브르를 등대 삼아 노를 저어온 마에노의 삼십여 년이 책에 녹아 있습니다. ‘곤충학자’ 타이틀을 달기 위한 고군분투가 (실례) 귀엽고 듬직합니다. 마에노의 연구 분야인 사막메뚜기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모리타니를 여행할 사람에게는 여행팁까지 줄 수 있겠습니다. 마에노가 얼마나 한 곤충애자(?)인지, 심지어 모리타니 공용어인 프랑스어도 안 배웁니다(!) 고집일까요, 무관심일까요. 어쨌든 그로 인한 유머도 한 몫 하네요. (티자니는 마에노의 현지 운전기사 겸 조수입니다.)


티자니와는 놀라운 속도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손짓, 발짓은 당연하고 프랑스어와 영어를 되는 대로 섞어 썼다. 그리고 서로 이해하려 함으로써 빈약한 어휘를 보완했다. (…) 날짜는 ‘어젯밤’은 ‘이에르(hier)’, ‘그제께’는 ‘이에르 이에르’, 나흘 전이면 이에르를 네 번 반복했다. (103-104)


얼마를 주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날 한 끼 정도는 배불리 먹을 만큼의 돈을 건넸다. 아이는 환한 얼굴로 “메르시”라고 하며 다음 차로 갔다. 다른 아이가 달려왔을 때 즈음, 신호가 바뀌었고 차는 지체 없이 출발했다.
“티자니, 돈 준 거 잘한 걸까?”
“보쿠 나이스(엄청 잘했어!)” (107-108)


한 우물만 파는 모습도 보기 좋았지만 무수입을 벗어나 살 길을 찾기 위해 자신을 광고하는 과정이 가감 없이 쓰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내가 다른 분야 종사자한테 매력을 느꼈을 때는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 자체에 흥미를 느낀 경우가 많았다.’(310) 동감입니다. 매력이라는 것은 더구나 아주 작은 지점에서 발견되곤 합디다. 이 책에서 내 경우 301쪽에서 반했습니다. ‘무수입의 슬픔에 취해’(301) 계단에 앉아 있는 단순한 사진인데, 무릎을 꼭 모은 자세가 무척 (또 실례) 귀엽습니다. 물론, 글도 좋습니다. 기대만큼(?) ‘잉여롭지는’ 않지만 (내 잉여기대지수는 꽤 높은 편입니다) 덕후력과 엉뚱함이 요즘 시대 발랄한 전문가답네요. 응원하게 됩니다. 마에노 씨, 메뚜기떼를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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