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NoSmoking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델핀 미누이 지음, 임영신 옮김/더숲


최근 들어 훅 가깝게 느껴진 나라가 있었을 텐데, 시리아다. 반군과 정부군과 이슬람국가(IS)와 열강들이 얽혀 복잡한 형국이라는 느낌만 어렴풋할 뿐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할지도 난감한 게 사실이다. 역사는 길고 주변국들은 많으며 종교, 종파 문제도 있다. 그럴 때 가장 손쉬운 접근은 어느 한쪽의 목소리를 듣는 거다. 나한텐 그렇다. 어느 한쪽이라니. 권력을 가지지 않은 시민을 말함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핍박 받는 쪽 말이다.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이 마침맞게 그런 책이다. 커다란 판세나 정치구도를 큰 그림으로 그려주지는 않지만, 아사드 정권에 의해 포위된 도시를 지켰던 이들 목소리를 들려준다. 논픽션이다. 사람들, 즉 목소리와 얼굴, 개성과 꿈을 가진 몇몇 사람을 마음에 그리게 되면 더 이상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 구름 잡는 얘기로만 머물지 않게 된다. 앞으로 접할 시리아 뉴스도 더는 뜻 모를 아랍어처럼만 들리지는 않으리라. 아흐마드, 샤디, 아부, 후삼, 무함마드, 오마르 등이 그들이다. SNS에서 다라야 지하 도서관 영상을 본 저자가 수소문하여 찾아낸 주인공들이다.


포위된 도시에 스스로 남기를 선택하여 정부군에 대항했던 일반인들이다. 그저 대학생이었거나 가장이었거나 약혼자와의 결혼을 꿈꾸던 이들. 2011년 혁명을 환영했던 이들. 그에 따른 보복 폭격으로 폐허가 되어가던 마을에서 그들이 한 일은 다라야의 책을 지키고 읽는 것이었다. 4년을 그렇게 보냈다. 독재 권력에 대한 저항이기도 했지만 그들 자신을 지키고 성숙시키기 위한 일이기도 했을 것이다. 독재자 아사드가 눈을 감고 있다고 고발하는 자신들은 눈을 떠야겠기에.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수단이자 영원히 무지를 몰아내는 방법입니다.”(035) 책쟁이 동지로서 궁금할 수밖에 없는 점. 어떤 책들일까. 대표적으로 이븐 할둔의 <역사 서설>(으흥;), 코엘료의 <연금술사>(흠.),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이렇게 다라야에서 삶은 이어지고 있었다. 소위 ‘신에 미친 사람’으로 왜곡된 이들은, 다마스쿠스의 정권이 선동하는 고리타분한 사상이 아니라, 새로운 종교인 ‘자아’를 계발하고 있었다. 살육에 목마른 무법자나 정권이 선전하고자 하는 이슬람의 도구 같은 이미지와 모순되는 개인적인 과정이다. (128-129)


다라야는 끝내 아사드에게 넘어갔다. 그렇지만 이 사람들과 책이 패배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역사는 억울하게도 천천히 말하니까. 저자가 아흐마드에게 들려주는 독일 베벨 광장의 ‘침몰한 도서관’ 얘기는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나중에 역사가 들려줄 우리 모습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지금, 싫어하거나 무서워하기 전에 적어도 알려고 해야 하겠다. ‘모르겠고, 수염 기른 남자들, 베일 쓴 여자들은 다 테러범’이라 여기며 혐오하기 전에 말이다. 제국주의를, 독재를, 광주를 겪어본 어떤 나라가 그때까지 인권이나 인류애 따위는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더라는 기록이 미리 부끄러워지려는 2018년에 읽었다.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9/01/02 11:51 # 답글

    아아.. 이 책도 위시리스트에~!!
  • 에르고숨 2019/01/02 15:47 #

    다라야 지하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책을 읽었다니, 확 끌리지요?ㅎㅎ 유튜브에서 해당 동영상을 볼 수도 있는 모양이에요. 저는 못/안 봤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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