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크리스토 백작 + 타이거! Smoking


   몬테크리스토 백작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희승맑시아 옮김 / 동서문화사
 
“거봐.” 당글라르가 카드루스에게 말했다. “일은 이렇게 돌아가고 말았어. 이래도 당테스를 변호할 생각인가?”
“아니. 하지만 농담 하나로 이렇게 일이 커지다니 너무나 무서운 세상이야.” (85)


‘농담 하나로’ 일이 커져 1700여 쪽이 되어버린 경우다. 표절이나 같이 쓰기, 다시 쓰기에 능했던 알렉상드르 뒤마라고는 하나 <몬테크리스토 백작> 만큼은 구상부터 집필까지 혼자 작업했다고 한다. 그만큼 에드몽 당테스에 홀딱 감정이입한 아빠 뒤마다. 전지전능, 철두철미, 우아한 신사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통쾌한 복수극이다. 복수하려는 의지가 당테스를 그리 만들었다. 신에 가까워져버린 사람을 부리는 펜은 분명 기꺼웠겠다. 오래 벼린 칼이 날카로워지듯, 긴 시간의 1700여 쪽이 필요하기도 했겠고. 나로서는 <빠삐용>과 뒤섞여 어렴풋했던 기억을 솎아낸 일주일이었다. 이프 섬과 몬테크리스토 섬을 지도에서 확인했다. 그래, 지중해다. 내가 가본 적 없고 언젠가 가볼지도 모를, 너의 바다.


“부인,” 백작이 말했다. “부인께선 지금 혼동하고 계시는군요. 이건 불행이 아닙니다. 이건 벌이에요. 모르세르 씨가 무너진 것은 제가 한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벌을 내리신 겁니다.” (1361)

 

 타이거! 타이거! -앨프리드 베스터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고전주의자들과 낭만주의자들은 이 당시 태양계가 요동치는 이유가 한 인간이 폭발하기 직전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인간을 변형시켜 우주의 주인이 되게 하는 폭발이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25세기를 무대로 걸리버 포일의 복수극은 시작된다. (21)


‘한 인간’이 핵심이다. 걸리버 포일의 복수는 애초에 거창한 인류애나 사회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부서진 우주선에 혼자 버려진 이유, 그리고 곁을 지나가던 우주선이 자신을 구해주지 않은 이유를 찾고, 복수하고자 했다. 정확한 적을 추적하고 사형(私刑)을 하고자 했으나 그 끝에 가보니 딜레마, 혹은 어떤 조금 더 큰 이치에 닿게 된다고 할까. 양심, 삶의 (무)의미, 정보의 불평등 같은 거. 복수 여정 자체가 어쩌면 삶, 배움, 도약의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당테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변태하면서 거의 신에 가까워졌듯 그렇게. 그러고 보면 분노나 복수 감정이 앎의 큰 엔진인 게 맞는가 보다. 분량은 짧지만 스케일은 우주적으로 넓어진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변주. 광대 역할과 여성편력까지, 포일이 당테스보다는 아빠 뒤마에 더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궁금해 했다’는 표현이 나는 너무 좋아서, 마지막 발췌는 이렇게.


태양처럼 노란색으로 빛나며 침묵에 잠긴 황량한 우주 공간에서 굉음을 내고 있는 초거성 카노푸스는 한때 아가미가 있는 생명체의 침입을 받았다. 이 생명체는 우주의 바닷가에서 숨을 헐떡거리며 떠다녔다. 삶보다는 죽음에 더 가까웠으며 과거보다는 미래에 더 가까웠고 세계의 끝 100리 저쪽에 있었다. 그 생명체는 먼지와 유성의 질량을 궁금해 했다. 토성의 띠처럼 넓고 납작한 띠를 이루고 토성 공전 궤도만 한 크기로 카노푸스를 둘러싸고 있는 티끌의 질량을 궁금해 했다……. (379)


 

화성의 속을 궁금해 했다……. 인사이트 무사 착륙 소식에 덧붙이는 P. S.
“왜 별이나 은하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무엇 때문에?”라고 포일이 묻는 장면이 있다. 고장 난 바텐더 로봇이 대답하길,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은 묻지 마십시오. 그냥 사는 겁니다.”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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