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 쓰는 200자평과 발췌문 Smoking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간질간질 도저히 읽히지 않아 스파이더 카드놀이 하면서 TTS 경민 씨 목소리 1.6배속으로 들었다. (건성으로 읽, 들었다는 말. 작가님 미안합니다) 작위적인 주인공 누구도 ‘거룩’하거나 ‘게으르지’ 않으며 ‘모험’은 간지럽고 유치해 나로선 혼쭐난 경험. 읽지 않고 들어서 그런 것이라면 할 말 없으나 재채기 열 번 하고 덧붙이는데, 간지러운 글은 아웅, 질색이라서.

버리기 위해서는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나눠야 한다. (…) 시간의 흐름은 쓸모 있는 것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고,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만든다. 물건의 본질을 가리려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 보관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버려야 한다. 제자리걸음이다. 버리고 싶지만 버릴 수 없다. 그렇게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끝에 우리 내면의 게으름뱅이가 속삭인다.
“내일 하자.” (356/422)


 

 뫼르소, 살인 사건 -카멜 다우드 지음, 조현실 옮김 / 문예출판사


(TTS 경민 씨 목소리 1.6배속으로 들었다. 건성으로 읽, 들었다는 말. 작가님 미안합니다2) ‘다시 쓰기’의 효용. 전복 혹은 비판이거나 원전에 기대어 쓴 변주이거나. 카멜 다우드가 다시 쓴 이방인은 당연히 전자 쪽이지 않을까 했다. 그러니까 셰익스피어 <템페스트>에 대한 에메 세제르 <어떤 태풍> 정도로. 다 듣고 보니 전복과 변주를 합친 ‘미러링’이랄까. 살해된 아랍인에게 이름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화자 자신 알제리 판 뫼르소가 되어 버리는 식이다. 미러링에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왠지 창의력이 좀 부족해 보이는 그것.

잘 적어놨겠지? 내 형의 이름은 무싸였어. (…) 몇 세기 전부터 식민자들은 자기들이 길들인 것들에는 이름을 주고, 자기들을 괴롭히는 것들에게선 이름을 빼앗으면서 재산을 늘려왔다네. 그가 내 형을 아랍인이라고 부르는 건, 정처 없이 떠돌며 시간을 죽이듯 그렇게 그를 죽이기 위해서였어. (25-26/206)


 

 지금 죽으러 갑니다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기억을 잃고 삶의 의욕을 잃은 한 남자가 인터넷 자살 카페를 통해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쾌락살인마를 만나 아이러니하게도 살고 싶어지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알라딘 책 소개 중) 기억을 되찾고 싶어서라도 살고자 할 것 같은데, 아무튼 그러하다. 성공(돈) 지향 한국 사회를 봤다. 경찰도 예외 없다. 자살, 살인, 대기업 경찰 간 유착 등은 소설에서만 봐도 충분한데, 요즘 뉴스가... 그러니까, <지금 죽으러 갑니다>가 뉴스만큼 무서운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도.

“이제 두 분만 오시면 되네요.”
그는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양손을 비볐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디 근사한 곳에 여행이라도 떠나는 줄 알 것이었다. 태성은 벽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의 여행을 지켜보던 구름이 침묵하며 흘러갔다. 전화가 하고 싶었다. 나 죽으러 간다고. 말려 달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냥 그렇다고. 이 세상에 나라는 사람이 살았고, 좀…… 힘들었다고. 지금 죽으러 간다고. (49)


 

 우리는 거짓말쟁이 -E. 록하트 지음, 하윤숙 옮김 / 열린책들


공교롭게 또 기억 상실이다.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원제 We were liars. 과거형임은 나중에야 납득된다. 부유한 백인 가족 여름 별장 섬. 그러니까 속물적이고 허영에 쩐 어떤 이야기라도 올 수 있었지만 작가는 무거운 추 하나 달아 불편하게 한다. 필요한 불편함이다. 반성 또는 질문과도 같은 추다. 부와 가문, 혈통에 대한 멍청한 우월감, 생각 없이 누리던 안락함에 관한 의문 같은 거. <리어왕>의 변주인가 했다가 히스클리프가 다시 묻는 <폭풍의 언덕>인가 했다가 종국에는 속물 어른들에 대한 아이들의 (실패한) 혁명이라고 적는다만…… 슬픔 주의. 끝에 너무 늘인 신파조가 싫다고 하면서도 엉엉.

우리는 매일 이 지붕에 오기로 한다. 여름 내내. 이 지붕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이다.
「내가 죽으면,」 다들 경치를 보고 있는 동안 내가 말한다.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죽은 다음에 작은 바닷가 앞 바다에 재를 뿌려 줘. 그러면 너희는 내가 그리울 때 여기 올라와 저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내가 얼마나 멋졌는지 생각해 줘.」
「아니면 저리로 내려가 네 안에서 수영을 할 수도 있어.」 조니가 말한다.「네가 정말 몹시 그리우면 말이야.」
「어휴.」(191/365, 강조는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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