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NoSmoking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 10점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김명남 엮고옮김/바다출판사


재밌다고들 하고 나 또한 재밌었던 책. 명성만 자자하고 번역본으로는 강연문 <이것은 물이다>밖에 없었던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다. 명성은 허명이 아니어서 입을 딱 벌렸다. 사실 말문이 좀 막힌다.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건물을 완성하는데 벽돌들 사이 틈도 꼭꼭 채워 바르는 솜씨에 놀라고 보니 어느새 튼튼한 건축물 안에 내가 들어와 있더라. 거침없는데 독자를 물리치지도 않는다. 설득된다. 지적이고 솔직한 수다(?)가 밀어내지 않고 끌어당긴다. 어쩜 이렇게 잘 쓸까.


‘대학 신입생 작문 수업에서도 학생들의 나쁜 글은 게으름이나 무능의 결과가 아니라 두려움의 결과인 경우가 훨씬, 훨씬 더 많다.’(265, 주)고 쓴 장본인, 월리스야말로 두려움이 없는 듯하다. 글쓰기에 있어 집요하고 정직하고, 무엇보다 용감했던 게 아닐지. 깔깔 유머조차 저 용감함에서 비롯된 여유로움의 결과인 듯하다. 읽고 나니 주눅 들어 독후감도 못 쓸 뻔했다. ‘두려움’ 불구하고 요렇게나마 기록을 남긴다. 한 바탕 웃고 몰입하고 감탄할 수 있었던 건 물론 번역 덕일 거다. 워낙 믿고 보는 옮긴이이기도 하고. 논픽션 아홉 편이 엮였다. ‘따스하게 미소 짓지’ 않지만 정직과 선의가 느껴진다. 예술인가 보다.


예술인 척하는 광고는-아무리 훌륭하더라도-말하자면 당신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따스하게 미소 짓는 사람과 같다. 이것은 부정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해로운 것은 그런 부정직이 우리에게 미치는 누적적 영향이다. 진정한 선의 없이 선의의 완벽한 복사물이나 모조품만을 제공하는 그런 것을 자주 접하면, 우리는 차츰 혼란스러워져서 나중에는 진실된 미소와 진짜 예술과 진정한 선의마저 경계하는 태도로 대하게 된다. 그리고 이 현상은 우리에게 혼란과 외로움과 무력함과 분노와 두려움을 안긴다. 절망을 일으킨다. (071,「재밌다고들 하지만~」)



콜드(소주)브루는 겉보기에 위스키인 척 할 수 있음.


 


덧글

  • 홍홍양 2018/10/30 10:07 # 답글

    이것이 물이다.. 재미있게 봤는데, 이 책 정말 기대되네요. 에르고숨님이 이렇게 극찬까지 하시고요. 책 나왔다는 소식 듣고 언제 봐야겠다 생각만 하고 잊고 있었는데 적어둡니다.^^ (에고.. 가만 생각을 해보니 여기 그동안 저 혼자 조용히 들락거렸는데, 인사도 없이 친한 척 덧글을 드린 것 같습니다.)
  • 에르고숨 2018/10/30 12:56 #

    약간 도덕군자(?) 같았던 <이것은 물이다>는, 이 책에 비하면 소품에 지나지 않더라고요.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표제작만 봐도 후회는 안 하실 듯요. (ㅎㅎㅎㅎ인사는 제가 하면 되지요, 안녕하세요?^^ 친한 척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홍홍양 님:)
  • 2018/10/30 20:01 # 삭제 답글

    요즘 뇌주름이 펴진지 오래라 에르고숨님 리뷰 읽는 것만으로도 갑자기 막 똑똑해진 것 같고 대리만족하고 그러고 있네요 ㅋㅋ 아 책 읽어야지 슬슬.. 책 안 잡은 지 한달은 족히 됐네요. 나 뭐하닝
  • 에르고숨 2018/10/31 02:11 #

    헐, 한 달. 책보다 재미있는 무얼 하시느라;? 아니, 책보다 재미있는 무얼 하셨기를 바람미다.ㅜㅜ 그렇지만 뇌주름에 다림질은 그만 하시고 함께 쭈글쭈글해지도록 합시다, 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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