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 쓰는 300자평과 발췌문 NoSmoking


내면기행 -심경호 지음 /
 민음사


부제 그대로 ‘옛사람이 스스로 쓴 58편의 묘비명 읽기’다. 묘도(墓道)에 세우는 묘비(墓碑)·묘표(墓表)·묘갈(墓碣), 광중(壙中)에 묻는 묘지(墓誌)·광지(壙誌) 등 통틀어 자찬묘비(自撰墓碑)라고 부른다는 기록들이다. 깔끔한 번역문으로 실렸고 해당 인물 개인사와 행적 등은 저자의 설명이 보충한다. 자찬묘비는 짧은 자서전이나 자기 평가과도 비슷하여 ‘내면 기록’이라 한다면, 저자의 설명은 ‘외면 기록’을 담당한 셈이라고 해도 될는지. 빼곡하고 여문 기록이다. 13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자찬묘지, 스스로 자기 삶을 돌아보고 바로 그 존재의 무화(無化)를 상상하며 적었을 문장들에 무척 숙연해지는데…… 바람은 또 왜 이리 찬 거냐. 가을 맛 책.


재주 없는 데다
덕 또한 없으니
사람일 뿐.
살아서는 벼슬 없고
죽어서는 이름 없으니
혼일 뿐.
근심과 즐거움 다하고
모욕과 칭송도 없어지고
남은 것은 흙뿐.
(72, 이홍준(李弘準, ?~?),「자명(自銘)」)


 내 곁의 세계사 -조한욱 지음 / 휴머니스트 
 
 
표제어가 무려 139개다.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관한 간략한 사전적 설명에 더해 우리나라 시사를 가미했다. 두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호흡. 어떤 매체에 연재했던 글인지, 시의성이 확연했던 당시에는 더 재미있었겠다. 날짜와 원어 병기가 없는 점이 조금 아쉽다만 ‘현재와의 관련성’을 빼놓지 않고 제시하는 점은 흥미롭다. ‘역사학이 내향적으로 화석화되는 것을 막는’(51) 본보기 또한 되겠다. 짧은 호흡의 장점, 띄엄띄엄 쉬엄쉬엄 읽어도 좋을 종횡무진 역사 단편들과 오늘 여기 우리.


그(에릭 홉스봄)에 따르면 역사가의 과업이란, “단순히 과거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현재와 관련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역사가들은 다양한 관점을 갖고 있고, 그에 따라 어떤 정치적 명분에 개입하게 된다. 그것은 연구에 창의력을 불러 넣어 역사학이 내향적으로 화석화되는 것을 막는다. (51, ‘에릭 홉스봄’ 중)


 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FBI 수사지원부에서 일했던 저자의 회고록이다. 프로파일링이라는 수사 방법을 개발해낸 장본인이라고 한다. 저자가 담당했던 연쇄 살인·강간 범죄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도왔던 사건, 그리고 교도소에서 면담했던 흉악범들 이야기까지 빼곡하게 담겼다. 물론 교도소 면담 및 사례 연구가 프로파일링 수사법의 바탕이 된 것이겠다. 범죄스릴러소설을 적어도 열 편은 연달아 읽은 느낌이다. <양들의 침묵> 속 잭 크로포드 모델이기도 했으며, 회고록이 서지 ‘추리/미스터리’로 분류되는 이분, 존 더글러스다.


연쇄 살인범이나 연쇄 강간범을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환상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환상은 좀 더 폭넓은 뜻으로 쓰인다. 보통 사람도 물론 환상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순간순간 일어날 뿐 곧 사라져버리고 만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는 새와 같다. 그러나 소시오패스는 그 새가 자기 머리 위에 둥지를 짓고 살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꾸어 말하면 환상과 행동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206-207/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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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8/10/05 17:14 # 삭제 답글

    오!! 찌찌뽕ㅋㅋ ( 이 말 왜케 웃기지 ㅋㅋ) 저도 마인드헌터 봤어요. 대신 전 넷플릭스 드라마 ^^ 넘나 재밌더라구요. 이 책 원작으로 했다고 하더라구요. 다 실제 사건이라니 정말 ㄷㄷ 책에도 발바닥 간지럽히는 교장 얘기 나오죠? 너무 이상하죠 그 사람 ㅜㅜㅠㅠ
  • 에르고숨 2018/10/06 01:31 #

    ㅎㅎㅎㅎ찌찌뽕. 저도 요즘은 ‘넷플릭스가 선택한 원작’ 광고에 혹해요. 소위 센 작품을 잘 고르는 것 같더라고요. 이 책은 드라마가 더 재미있었을 듯한 게, 내용은 후덜덜이지만 글에서 저자에 대한 매력은 못 느끼겠더라고요, 그래도 ‘회고록’인데 말이죠. 발바닥 교장 나와요;; 읅. 이기적이고 미친 사람들 많이 나와요...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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