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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 -최인호 / 문학동네
 

김기춘이 <자칼의 날>을 읽었다는 휴가 며칠 전이었겠다. 1974년 7월 26일 이종대는 부인과 어린 딸 아들을 죽이고 자살했다. 이종대가 문도석과 함께 벌인 일명 카빈강도사건의 끝이 그러했단다. 그 무렵 나도 지구상에 있긴 했으나 하도 미미하게 존재하여서 기억에는 입력하지 못한 사건이다. 최인호 소설로 기억 혹은 역사를 채워 넣는 셈이다. 70년대 마초스럽고 폭력적인 공기가 매우 불편하다.

전쟁과 독재, 가난이 키운 범죄자들을 본다. 그들이 다시 ‘희생양’(김형중 해설)이 되는 모습까지도. 희생양이 있었다면 어떤 기도나 염원은 이루어진 것인지. 내 생각에, 아주 약간은 그러한 듯도 하다. 소위 진보라는 것이 조금은 있어서 이 소설 자체가 불편하다고 말하는 내가 있는 걸 보면 그렇다. 그들 덕분인지 그들 때문인지 알 수 없어서 고맙다거나 미안하다거나 원망스럽다는 말은 못하겠다. 단지 아주 후지다. 스타일이 아니라 마인드가. 팩션 또는 르포르타주라고 강변해온다면, 무척 세련된 스타일 소설이 담고 있는 후진 시대라고 할밖에. 이런,  재채기.


내가 도전했던 것은 법과 질서, 그러한 사회의 쇠사슬, 구속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라고 부를까. 우선 편리한 대로 하느님이라고 부르겠다. 신에게 도전한 것이며, 신에게서 시간을 훔쳐 나온 것이다. 나는 하느님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것이다. 영원히 신의 곁을 도망칠 수는 없다.
잠시 맛본 이상한 세계의 기괴한 광경을 반추하며 체포되어 돌아갈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종대는 텅 빈 상점거리에 서서 홀로 중얼거렸다.
하느님. 이 빌어먹을 새끼야. (2권,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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