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의 서재를 본다는 것은 관음증의 영역에 속하는 행위가 분명하다. (…) 서재는 주인의 취향과 욕망은 물론 콤플렉스까지 노출한다. 몹시 난해한 상대라도 그의 서재를 30분만 둘러보게 해준다면, 나는 그 난해함의 실마리를 풀 자신이 있다. (20/127)
‘난해함의 실마리’를 풀 자신까지는 없어도, 나 또한 타인 서재 보기를 무척 좋아한다. 실제 서재가 아니더라도 책 사진, 책장 사진을 만나면 저절로 눈이 (음흉하게) 머물러. 서재관음증자인가 보다. 그밖에는 고양이와 신생아 동영상도 좋아하는데, 옥시토신 뿜뿜 기분. 반면 음식 먹는 동영상은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얘기는 왜 덧붙이고 싶은 거냐. 먹으면서 입으로 낼 수 있는 모든 소리, 후르륵짭짭쩝쩝쪽쪽에 식겁하고 도망친 이후로 다시는 안 본다. 어우 싫어. 아무튼 서재로 돌아와서, 목수 저자다. 서재를 보더라도 책등보다 책꽂이에 더 집중하는 사람이라는 뜻.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이이에게는 내 책장 사진도 후르륵짭짭쩝쩝쪽쪽일 거라는 생각에.
한 달에 30만 원씩 책을 구매하는 애서가임을 자랑하면서 MDF에 월넛 필름지를 바른 책장을 쓰는 사람을 문화의 영역에서 진정한 애서가라고 인정하는 것이 나로서는 몹시 어색하다. (20/127)
바로 나다. 애서가 아닌 걸로 판명 났다. 사고 싶은 책은 많아도 사고 싶은 ‘좋은 책장’은 위시리스트에 가져본 적 없다. 나는 애서가 아니고 그냥 애...독자이자 서재관음증자라는 선에서 마무리. 한편, 의자 팁은 아주 고마웠다. 가구 만드는 사람이 딱 집어 골라주는 상표@@, 메모해뒀다. 책장과는 다르게 좋은 의자는 언젠가 갖고 싶다. 물론 내게는 많이 비싸다만. 쩝. (먹는 소리 아니다, 못 먹는 소리.) 책장, 책상, 의자, 책. 그리고 청춘, 여성, 공공, 선비의 서재가 목차를 이룬다. 전자책으로 사 읽었다. 애서가 아닌 거 맞았다.

내가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스릴러는 다른 수많은 창작물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감춰진 것, 세상을 움직이는 욕망, 혐오, 가장된 교양, 편견을 탐구하고 드러내 보여준다. (10-11/132)
스릴러에서 시작하여 논픽션 애호에까지 이르는 여정. 본인 얘기를 하는 중에 정보가 깨알 같이 담겼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심리, 유형별 특성과 대표적인 몇몇 작품들 소개까지. 모르긴 몰라도 <아무튼> 시리즈에서 내가 바랐던 류의 글이 이런 것이었지 싶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모범(덕후)답안 같다고 할까. 보관함에 네 권을 보탰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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