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약+의료용 대마초 NoSmoking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10점
오후 지음/동아시아


(속닥) 유학 시절 굴러먹어서 (재섭슴주의) ‘마약 좀 안다’면서 읽었다. 프랑스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보수적이긴 해도 수갑 찰 각오까지는 하지 않고도 굴러먹을 수 있었다. (90년대에 말이다) 2000년 이후로 마약 정책에 있어서 유럽이 (아니라 포르투갈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마이클 무어의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 볼 수 있었다. 파라다이스 네덜란드를 제치고 포르투갈이 정말 좋아졌더라. (굴러먹기에 말이다) 포르투갈은 모든 마약을 비범죄화하면서 중독자 수를 현저하게 줄였다는데 <다음 침공은 어디?>를 보면서 내가 밑줄(?) 친 부분이 이렇다.


무어: 아 그렇다면 사람들을 감옥에 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약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마약 사용률을 낮췄다는 겁니까?
포르투갈 마약 단속 총책: 네. 사람들은 문제를 일으키는 약물 복용자들의 10프로 정도만을 생각합니다. 불법 물질을 사용하고도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90프로가 있는데도 말이죠. 약물 복용자들은 해로울 순 있겠죠…
무어: 자신에게는, 하지만 타인에겐 꼭 그렇진 않겠죠.
총책: 네, 그렇죠.
무어: 그들은 가족들이나 또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총책: 그래서?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도 불법화해야 되겠습니까?
(마이클 무어, <다음 침공은 어디?> 중 포르투갈 편)


우리나라에서 마약으로 지정되어 있는 약물들이 중독성이나 위험에 있어 약물마다 각각 다르고 술, 담배보다 훨씬 덜 해로운 것도 많음은 일단 차치하자. (대마초는 정말 억울한 입장이라는 말만은 괄호 안에서 함) 금지, 불법화, 처벌이 ‘마약 청정국’ 혹은 낮은 마약 중독률을 만든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음지에서 은밀히 거래되다 보면 위생적, 질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줄 수밖에 없고 정부 입장에서는 통제는 물론이고 세금을 걷을 수도 없다. ‘비범죄화’ 취지가 얼마나 깊은 뜻을 가지고 있는지, 저자는 청나라의 아편 불법화와 미국 금주법을 예로 들어 잘 설명해준다. 그러니까 마약이 사람들을 중독자로 만드는 게 아니라 마약불법화가 중독자를 더 은밀히 양성하는 셈이다.


마약 햇볕 정책이랄까. 지지한다. 적어도 (특히) 대마초는. 대마초보다 훨씬 강한 중독성을 가진 술 담배에 찌들어 앉아 조용히 한 표 툭. 또한 당연하겠지만, 살기 좋은 복지 사회가 중독자를 덜 만든다. 이 점에서는 출산율과도 같은 맥락으로 얘기할 수 있겠는데, 아이 낳아라, 왜 안 낳느냐, 애국하지 않는 거냐, 같은 협박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아이도 어른도 살기 좋은 환경이라면 각각 협박, 불법화하지 않아도 출산율은 올라가고 마약 중독률은 낮아질 것이다.


결국 마약 사용량을 낮추는 건 국가의 마약정책이 아니라 그들의 경제와 복지 수준이라는 이야기죠. 즉, 미국보다 네덜란드가 마약 사용률이 낮은 건 정책의 차이가 아니라 미국보다 네덜란드가 빈부격차가 작고 복지가 잘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231)


‘마약 좀 안다’고 농담하면서 시작했지만, 이 책 이렇게까지 재미날 줄은 몰랐다. 글이 정말 (웃기게) 잘 쓰였다. 내용이 얕지도 않으면서 잘 읽혀. 하나부터 열까지 고개를 끄덕이다가 낄낄거렸는데, 잠깐. ‘낄낄’이라고? 프랑스에서 한국 친구들 사이에선 대마초를 ‘낄낄이’라고 불렀다만. ‘약 빨고’ 쓴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마약의 종류, 마약의 간략한 역사, ‘지킬과 하이드’라고 해도 될 미국의 무서운 이중성 등 300쪽 밖에 안 되는 분량에 재미나고 요긴한 건 다 담겼다. 실물 표지와 내지 편집도 예쁘다.


그나저나, MJ와 약속한 몇 년 후 유럽여행에 암스테르담을 필수 코스로 넣었다만 이놈의 네덜란드, ‘허가받은 커피숍의 숫자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2015년부터는 외국인에게 대마초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한국인은 네덜란드 커피숍에서 대마를 못 합니다.’(227) 어쩌지……. 괜찮아, 우리에겐 리스본이 있으니까. 나와 함께 여행할 MJ를 메리제인이나 마리화나로 읽으면 안 된다. MJ는 내 친구 마이클 잭슨, 아니 문준이다. 정말이다.




부작용이나 독성은 없고 의료용으로 효과적이니까, 가 한 줄 답. 이 책에 의하면 ‘의료용 대마초’는 거의 만병통치약이로구나. 대마초가 치유하는 질병으로 언급하는 리스트가 이렇다. 2장 소제목들이기도 하다. 암, 치매, 뇌전증, 대장염&크론병, 녹내장,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와 후천성 면역결핍(AIDS), 트라우마(PTSD), 천식, 만성통증과 관절염, 생리통과 월경 전 증후군, 주의력 결핍 장애(ADD)와 과잉 행동 장애(ADHD), 수면 장애, 척추측만증, 목 디스크 질환, 이갈이와 턱관절 장애.


휴. 의료용 대마초 합법화 지지한다2.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에서 마약 밀거래와 무기 판매를 교묘히 방임, 조장하는 미국의 이중적 패악질을 보았다면, 여기서는 대마초 합법화에 거대 산업 기업들의 훼방이 있음을 알게 된다. 대마가 합법화된다면 제약 분야뿐 아니라 펄프, 섬유, 플라스틱, 바이오 연료, 동물 사료 등과의 산업과도 교차하는 지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겠다. 잘 알겠는데, 너무 과하게 웅변하시니 부담스럽다. 조금만 진정하시기 위해서라도 대마초, 즉 진정제. (농담이다)


ㆍ체코: 이미 2013년에 의료용 대마초가 비범죄화되었고, 개인이 다섯 그루까지 대마초를 기르는 것도 허용되어 대마초 재배 문화가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68)
ㆍ스위스: 소량의 대마초 소지와 사용을 비범죄화했다. 한 사람당 개인의 사용을 목적으로 대마초를 4그루까지 기를 수 있고, 곧 자연스럽게 합법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70)


내 꿈을 고백하겠다. 집 마당 정원이나 발코니 화분에 대마 여섯 그루를 키우는 것이다. (그 집이 헴프로 지어진 것이라면 더 좋겠지) 합법적으로 가능해질 때까지 한국에서 살거나, 죽기 전에 합법인 나라로 이주해야 한다. MJ가 사는 곳 (지금은 우간다다) 가까이가 좋겠다. 나와 가까이 살게 될 MJ를 메리제인이나 마리화나로 읽으면 안 된다. MJ는 내 친구 마이클 잭슨, 아니 문준이다. 정말이다2.


스페인의 의학자 아베로에스Averroes는 “무지는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증오를 낳으며, 증오는 폭력을 낳는다”고 말했다. 현재 대마초에 대한 우리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대마초에 대한 무지는 두려움과 증오를 낳았고, 두려움과 증오는 자연스럽게 폭력으로 이어졌다. 만약 우리가 두려움과 증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폭력을 멈추고자 한다면 먼저 그 대상을 ‘이해’해야 한다. (76-77)




핑백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금지의 작은 역사 2019-07-08 17:24:45 #

    ... 하는 추세다. 특이하게 중국은 대마초가 불법이나 대마 연구는 활발하여 관련 특허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단다.대마의 여러 쓰임새와 의료적 효용은 &lt;의료용 대마초, 왜 합법화해야 하는가?&gt;에서 잘 볼 수 있다. 모르면 무서워하고 무서워하면 혐오하고 혐오하면 폭력적이게 된다고 &lt;의료용 대마초&gt;에서도 역설하는 바. ... more

덧글

  • SUPERSONIC 2018/08/26 13:28 # 답글

    http://quidproquo.egloos.com/5332208

    이거 보면 대마초도 나을 게 없어 보이는데요
  • 에르고숨 2018/08/26 17:09 #

    (기호용으로) 굳이 피우는 것 보다 안 피우는 게 낫지, 하신다면야 할 말 없습니다만. 첨가물 팍팍 넣은 중독성 담배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곳에서 그보다 소프트한 풀은 악마시하는 게 좀 우습다는 겁니다. 대마초가 술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여러 질병 치료에 효과적인 성분이 대마에 풍부하고, 그걸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건 이번에 알게 됐고요.
  • 휴메 2018/08/26 15:24 # 답글

    어느 영감님께 전해듣기론 우리나라도 예전엔 불법 아니었다더군요. 그래서 피는 사람 많이 있었다고...
    그냥 잎 말아서 피곤했다더라구요.
    박지만이 걸려가지고 불법화되었다더군요..
    찾아보니 이런글과 댓글이 있네요.
    https://www.city.kr/free/14823132


    [레벨:42]do2017.03.01 03:51


    우리나라는 70년대에 박정희가 아들 박지만이 피우는게 못마땅해서 대마초를 불법으로 만들었음..



    박지만이 아버지한테 걸리기 전엔 우리나라에서 대마초는 불법이 아니였다는 사실..-0-



    아무튼, 박지만 덕분에 대마초는 악랄한 마약류로 불법이 됐고, 당사자 박지만은 육사가고, 연예인들은 활동정지 먹어서 난리나고..(신중현, 조용필 등등)
  • 에르고숨 2018/08/26 17:10 #

    '공산주의' 광고는 만능이었군요. 프로파간다로 '마약'이 돼버린 대마초는 생각할수록 불쌍한 풀입니다요. 미국 마약관리국과 듀폰사와의 관계도 흥미롭네요! 링크 고맙습니다 :)
  • 2018/08/27 05:23 # 삭제 답글

    에르고숨님의 변방의 (?) 블로그에도 이런 대마 관련 글에는 덧들 풍년이네요. 뭔가 대마, 불륜, 개고기, 난민, 페미니즘 이런글엔 암암리에 덧글 룰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ㅎㅎ 암튼 한국에 이런 책이 번역 되어 나왔다는 거 자체가 불법이 아닌게 너무 신기 ㅋㅋ
    근데 아프리카 가서 사실 건가요? ㅠㅠ
  • 에르고숨 2018/08/27 14:49 #

    룰까지는 몰라도 관심분야라는 뜻인가 봐요. (첫 광고 덧글은 없어졌네요? 띠용.) 언급하신 것 중 세 가지는 제 관심사항이기도 하고요! ㅎㅎ 보자... 변방블로그 어제 유입검색어 1위가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네요. 알음알음으로 인기 상승 중인 책인 듯. 번역서 아니고 한국인 저자가 썼어요. 뽀 님께도 강추함미다. 재밌어서 깜놀하실 거예요.
    아프리카는... ㅠㅠㅠㅠ(돈이 없어요+꿈 꿀 수는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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