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 쓰는 100자평과 발췌문 Smoking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 8점
아흐메드 사다위 지음, 조영학 옮김/더봄


사람들은 나를 범죄자나 괴물로 치부한다. 내가 복수해야 할 상대와 똑같은 놈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불의가 아닐 수 없다. 내게는 도덕적이고도 인본주의적인 의무가 있다. 이 땅에 정의를 회복할 것. 이 땅은 이미 탐욕, 야망, 과대망상, 무참한 폭력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함께 싸우자거나 대신 복수해달라고 애원할 생각은 없다. 그러니, 부디 나를 보더라도 놀라지 않기를 바란다. (153-154)

명작의 영리하고 묵직한 변주다. 은유, 우화라는 말을 쓰기도 조심스럽다. 전쟁과 테러에 찢긴 수많은 몸들을 생각하면 프랑켄슈타인의 크리처가 이토록 그럼직할 수도 없어서.


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 - 10점
케이트 쇼팽 지음, 이리나 옮김/책읽는고양이


이제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는 누군가를 위해 살지 않아도 된다. 오직 자신을 위해 살 것이다. 같은 인간이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해도 된다고 믿는 이의 아집으로 인해 감정이 상처받지 않아도 되었다. 의도가 좋은지 나쁜지에 따라 덜 범죄처럼 보이기는 했으나, 하나같이 폭력이었다는 것을 부인은 그 짧은 시간에 깨달았다. (…)
“자유! 몸과 영혼의 자유!” (10,「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

독서 속도가 빠른 사람이라면 ‘한 시간 사이에’ 읽을 책.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단편의 맛과 멋이 제대로다. <각성> 혹은 <이브가 깨어날 때> 전후가 궁금했던 케이트 쇼팽이라 무척 반갑고 고마운 기획.



호랑이 남자 - 8점
에카 쿠르니아완 지음, 박소현 옮김/오월의봄


“내가 아니에요.” 마르지오는 아무런 죄책감 없는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내 몸 안에 호랑이가 있어요.” (59)

마르지오 안의 호랑이는 힘, 분노, 정의랄까. 살인사건 하나가 툭 제시되더니 가족사가 좌르르 펼쳐진다. 흡인력이 대단하다. 많이 낯설지가 않아 더 그렇다. 치솟는 내 안의 호랑이 혹은 살의만큼.



밤, 호랑이가 온다 - 8점
피오나 맥팔레인 지음, 하윤숙 옮김/시공사
 

호랑이인가, 아니면 중요한 일에 대한 느낌인가? (…) 루스는 뭔가가 그녀를 만나러 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커다란 것, 물론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 루스가 그 정도까지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떤 형체가 있었고 그게 아니라도 어쨌든 어떤 열기는 있었다. (11)

무언가의 상징으로 쓰이기 좋은 호랑이인가보다. ‘중요한 일에 대한 느낌’이라고까지는 적을 수 있겠다. 노년 스릴러. 노련하다. 마냥 안타깝거나 슬프지만은 않게, 위선과 선의가 구분 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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