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 Smoking

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 - 8점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이종인 옮김/현대지성

 

푸는 전에 아울의 집이었던 곳을 바라보면서 혼잣말을 했어.
“하지만 그렇게 쉽지가 않아. 시나 노래는 네가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것들이 너를 구하는 거거든.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들이 너를 찾을 수 있게 걸어가는 거야.”
푸는 희망에 차서 기다렸는데…….
한참 기다리다가 푸가 말했어.
“그럼, ‘여기 나무가 누워 있어’로 시작해야겠다. 왜냐하면 그렇게 시작했으니까. 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생기나 봐야지.” (372/418)


‘여기 나무가 누워 있어’로 시작하는 시는 아울의 집이 어떻게 무너졌으며 피글렛이 얼마나 용맹하게 사태를 수습하는지를 노래해. 위니 더 푸는 시인, 아니 시노래 짓는 곰이야. 숲에 살아. 모두의 친구이지. 자칭 타칭 ‘머리가 좀 없다’고는 하지만 마음이 있어. 따뜻해. 마침 비가 오니 홍수 에피소드를 또 발췌하자. ‘홍수가 나서 피글렛이 물에 완전히 둘러싸여 버리는 이야기’야. 크리스토퍼 로빈과 푸가 피글렛을 구하러 가려 해. 푸의 꿀단지는 셋이 타기 너무 작아. 뭘 타고 가야하지?


그러자 이 곰이, 푸 베어이며, 위니 더 푸이며, 피-친(피글렛의 친구)이며, 래-동(래빗의 동료)이며, 북-발(북극의 발견자)이며, 이-위이자 꼬-찾이(이요르에게 위안을 주는 친구, 꼬리를 찾아준 친구), 그러니까 푸가 말이야, 너무나 영리한 말을 해서, 크리스토퍼 로빈은 입을 헤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푸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는데, 크리스토퍼 로빈은 이 곰이 정말로 자기가 오랫동안 알아 왔고 사랑해 왔던 그 머리라고는 거의 없는 곰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단다.
푸가 이렇게 말한 거야.
“네 우산을 타고 가면 되겠다.” (156-157/418, 강조는 원문)


숲 친구들이 알콩달콩 살아가는 가운데 ‘크리스토퍼 로빈이 아침마다 무슨 일을 하는지’ 깨닫게 되면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게 돼. 이별과 슬픔 말이야. 세상의 많은 어린이가 유아기를 지나 수학, 지리, 역사, 문학 등등을 배우러 어딘가에 가잖아? 크리스토퍼 로빈의 아빠, 작가 알란(앨런) 알렉산더 밀른은 정말이지 자기 아들을 위해 글을 쓴 것 같아. 학교 갈 나이가 됐고, 숲을 벗어날 시기, 그러니까 푸 이야기를 떠날 때가 됐다고 결정했던 듯해.


<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에서 읽었던 바, 푸 시리즈 명성 때문에 크리스토퍼 로빈은 어린 시절이 순탄하지 못했다고 해. 커서도 아버지와 작품을 증오했다고. ‘곰돌이 푸’ 이야기는 달달하고(꿀 때문이야) 따뜻한데 작품을 둘러싼 뒷이야기들은 안타까워. 디즈니와의 소송은 크리스토퍼 로빈의 딸에게까지 이어졌대. 원작 일러스트는 매끈한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느낌이야. 투박한 멋이 나는 좋았어. 아들이자 아빠인 크리스토퍼 로빈의 박제된 유아기, 개성 넘치는 숲 친구들의 우정 배려 협동이, 그리고 무엇보다 향수가, 나는 미안하고 고마워,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


둘은 그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조금 걷다가 크리스토퍼 로빈이 말했어.
“푸, 이 세상에서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뭐야?”
“글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푸는 생각을 하느라고 멈춰 서야 했단다. 꿀을 먹는 일이 좋긴 하지만 꿀을 막 먹기 시작하기 직전, 바로 그때가 더 좋았거든. 하지만 푸는 그때를 뭐라고 부르는지 몰랐어. 그러고 나서 푸는 크리스토퍼 로빈과 같이 있는 것도 아주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피글렛하고 가까이 지내는 것도 아주 다정한 일이라고 생각했지.
푸는 찬찬히 다 생각해 보고 나서 대답했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은 나하고 피글렛이 너를 만나러 찾아가면, 네가 ‘뭔가 좀을 먹는 게 어때?’라고 말하고, 내가 ‘글쎄, 난 괜찮을 것 같은데, 피글렛, 너는 어때?’라고 대답하는 거야. 밖은 콧노래를 부를 것 같은 날씨고, 새들이 노래를 하고.” (399-400/418, 강조는 나)


 
<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 319쪽 일러스트+<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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