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뇌 NoSmoking

책 읽는 뇌 - 10점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살림


읽는 동안 내 두개골 안, 회색 세포 속 특정 경로로 왔다 갔다 하고 있을 전기 신호를 생각해보곤 했다. 새삼 어찌나 황홀하던지.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씨로다 싶은 텍스트를 보면서 어떻게 온갖 색채, 구조, 이야기, 감정을 얻어낼 수 있는지. 뇌, 고맙다. 오랫동안 독서와 언어, 아동발달학, 난독증 연구에 몸담아 온 저자의 역작이다. ‘프루스트와 오징어’(원제), 즉 문학과 과학을 아우르며 풀어놓는 독서 프로세스 및 문자와 독서의 역사, 자신의 이야기까지 엮여 풍성하다.


특히 역사상 가장 유명한 2,500여 년 전 수다쟁이의 걱정이 자신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는 설득력 있다. 누구이며 걱정은 무엇인가. 아테네 젊은이들을 말로 구워삶고 다녔던 소크라테스를 말함이다. 어째서인지 나는 그이가 말하느라 바빠서 글을 쓰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문자를 통렬히 경계했단다. 구어와 달리 문자는 ‘죽은 담론’이며 기억력을 약화하고, 대화와 다르게 텍스트는 일방적이라는 이유를 든다. 구어를 중시했던 시절에는 그럴 법도 했겠다 싶은 한편, 지금도 수긍이 가는 면이 없지 않다.


이 책만 해도 나는 밑줄을 수도 없이 그었는데, 긋고 나니 ‘됐다’ 싶은 느낌... 꾸역꾸역 독후감을 남기는 게 그나마 피드백이라고 이러고 있다. 구어와 문어 사이 다리 역할을 한 제자 플라톤이 아니었다면 소크라테스 사상은 전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문자를 거부했으나 문자로 남은 점. 우리의 저자 매리언 울프와 다르지 않다는 걱정은 무엇인가. 전환기. 그때는 구어에서 문어로. 지금은 문자에서 시각 이미지와 디지털 정보로. 가까운 미래에 플라톤 같은 과도기적 인물이 또 어떻게 역설적으로 매리언 울프의 사상을 전수할지 자못 기대가 된다. ‘독서가’로 진화해왔고 독서에서 기쁨을 찾는 개체로서.


난독증에 관한 얘기도 한 보따리다. 역시, 뇌의 유연성에 감탄하게 된다. 좌뇌가 역할을 하지 못하니 우뇌가 도와주는 보상적 메커니즘 말이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난독증 현상에서 포스트 문자 시대의 힌트를 살짝 본 것도 같다. 독서가 아주 어렵거나 불가능한 뇌가 어떤 놀라운 일을 해왔는지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에디슨,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이중 아인슈타인의 뇌가 ‘비정상적으로’ 대칭적이었다는 얘기는 모두 들어봤으리라. 난독증을 앓는 이 모두가 꼭 천재라는 뜻은 아니다. 뇌가 숨기고 있는 다른 가능성과 잠재력을 누가 알겠는가. 그렇지, 다른 가능성과 잠재력. 그러나 그것이 어떤 능력이든, 독서의 기쁨을 제공하고 있는 지금 내 회색 세포만큼 놀라울지는... 누가 알겠는가2.


(260/515)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레빈의 고백에서부터 『샬롯의 거미줄』의 거미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 이르기까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보는 능력이 우리의 의식을 배가시킨다. 스스로의 의식은 물론 타인의 의식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3,000년의 세월에 걸쳐 형성된 인간의 사고 프로세스를 탐구하는 능력을 통해 우리는 독서를 통해서가 아니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의식을 내면화할 수 있다. 거기에는 구전 전통의 열렬한 옹호자였던 소크라테스의 의식도 포함된다. 플라톤의 모호한 입장이 낳은 결과물을 읽을 수 있기에 비로소 우리는 소크라테스와 그의 우려가 보편적인 성격의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346-347/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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