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Smoking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곽재식 지음/엘릭시르

 

그는 내가 아는 이야기 중에 가장 무서운 이야기, 남들 돈 번 이야기 중에 가장 기막힌 이야기, 바람난 이야기, 세 가지 중에 하나를 골라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16)


돈이나 바람이 아닐 것임은 제목이 미리 말해줬고. 후속편이 나온다면 ‘남들 돈 번 이야기 중에 가장 기막힌 이야기 사건’이나 ‘바람난 이야기 사건’이 되겠다. 나로선 바람난 이야기 사건을 기대한다. 곽재식 작가 버전이라면 불륜이나 로맨스도 걱정 없이 읽을 수 있을 듯해서다. 솔직히 말해보자. 내가 로맨스를 싫어하는 이유는 고착된 성별 역할 때문이다. 곽재식 작가 캐릭터(에서)는 그런 선입견이 없다. 페미니즘은 이미 와 있다. 몇몇 추리물에, 미스터리에, SF에. 페미니즘은 '좋은 문학'의 디폴트옵션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소설 내용보다는 ‘조남주 상품’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만 보고 득달같이 흉보고 마는 이들, 솔직히 불쌍하다. ‘페’자 보고 경기 일으키는 꼴이라니.


돌아와서, <은하수 풍경의 효과적 공유> 이후 두 번째 만나는 곽재식 작가다. 역시 캐릭터들 참 생생하고…… (실례) 귀엽다. 사무실 책상 위에 누워(!) 며칠 묵은 탕수육을 하나씩 집어먹는 사장하며, 우유부단 이러구러 새 직장에 눌러앉게 되는 신입사원, 갑툭튀 인턴까지. ‘차세대 인터넷 미디어 벤처’ 어쩌고 하는 직업은 나도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영역이어서, 어찌어찌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쉽게 감정이입이 된다. 첨단 산업 직종과 귀신 잡기가 만난 모양새 되겠다. 오컬트는 처음부터 예상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깜짝 놀랄만한 장치가 등장하지도 않으며, 읍읍읍읍. 이야기보다는 캐릭터들이 더 재미있다. 정들어버렸어. 바람난 이야기에서 설마 이들이……?


“무슨, 남자하고 여자하고 뇌 구조 차이가 뭐가 있어. 그냥 여자가 상냥하게 말하는 걸 예전부터 남자들이 좋아했으니까 괜히 남자들이 그딴 식으로 말하는 거지. 남자와 여자의 뇌 구조 차이보다는 사장과 직원의 뇌 구조 차이가 훨씬 크지.”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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