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NoSmoking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 8점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우리나비


매 작품에서 실제 자기 얘기를 해왔다는 스웨덴 만화 작가 오사 게렌발이다.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는 부모의 ‘정서적 방치’ 속에서 자라온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보여준다. 극중 이름은 제니다. 답답하고 미워서 혼났다. 제니 말고 그이 부모 말이다. 아이에게 응답이나 칭찬을 해주는 법이 없다. 질문도 대화도 접촉도 없고 결코 아이 편을 들어주지 않는 부모. 제목에 ‘등’이 들어간 이유를 알겠다. 제니가 무슨 의견을 제시하거나 의문을 표하기만 하면  자리를 뜨는 그들의 등, 그들이 잠들었을 때에야 가까이 갈 수 있었던 거기. 절실히 구하나 구해지지 않는 애착. 물리적 폭력이나 물질적 결핍이 없어 겉으로 보기에는 꽤 훌륭해 보이는 가족이지만 제니의 속은 썩고 있었다.


부모라고 해서 완벽한 인간일 수야 없음을 알고 있다. 미성숙할 수도 있고, 아이와 함께 배우고 변화해가기 마련인 존재들. 그러나 이 부모들 심하다. 아이 부모 간 건강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이 커플이야말로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듯싶다. 부모의 불완전성이나 결함을 깨닫는 과정이 성장의 한 부분을 차지할 터, 제니의 성장이 무척 힘겨웠던 만큼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정신과 상담과 심리 치료 등, 자기 자신을 객관화해보는 노력이 만든 결과일 거다. 무엇보다 자기 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놓는 창작물들이 큰 역할을 했지 싶다. 게렌발이 자기 얘기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바로 내 얘기’라고 응답해 오는 게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지 않았을지.


나 또한 보탠다. 부모는 아니고, 애착 관계를 형성하리라 여겼던 이(애인 말이다)로부터 ‘정서적 방치’ 경험해봤다. 걸핏하면 쌩하니 돌아서고, 위악을 ‘쿨함’이라 여기는지 염려나 다정함을 표현하지 않으며,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 데다 ‘너는?’이라고 묻지 않는 상대.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랑이라면 노땡큐다. 초코파이도 아니면서. 얼마간 지내본 다음 ‘나는 이런 취급받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었던 건 내 부모가 어린 시절 나를 정서적으로 방치하지 않았기 때문인 모양이다. 부모뿐 아니라 어떤 경우든 ‘내 편’을 들어주리라 여겨지는 소중한 존재들이, 그나마 나라는 인간이 정신줄 붙들고 있게 한다고 믿는다. 새삼 고맙다. 다른 (많은) 결점들에도 불구하고, 내 부모, 가족, 친구들. 제니 또는 게렌발도. 건투를 빈다. 지켜보겠다.


상투적인 후렴구나 반복하는 코러스 멤버들은 종종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래도 당연히 너희 부모님은 널 사랑해!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표현할 수 없다면 그걸 진정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받는 사람 입장에서 거절당하는 느낌뿐인데도 그게 진정 사랑이라고?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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