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셔의 손 Smoking

에셔의 손 - 10점
김백상 지음/허블


아웅. 멋지다. 손 패티시 때문은 아니다. ‘한국과학문학상’ 이름에 걸맞은 장편 대상 수상작이다. 작가 수상 소감에 의하면 3년 전 완성했다는 <에셔의 손>, 몇몇 군데 응모했다가 응답을 받지 못했단다. 어떤 문학상 공모에 응모했는지 알 수 없지만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은 임자 제대로 찾은 셈이겠다.


전자두뇌와 의체가 일상화된 근미래가 배경이다. 내용은 역시 읍읍읍읍. ‘사이버펑크’라고 주제넘게 범주화하지는 못하겠다. 특정 시기 특정 분위기 이름을 가져다 붙이기에는, 이름이 이미 후졌다. 이야기가 놓이기에 딱 적절한 만큼의 과학 장치가 온다. 모르는 말 하지 않겠고 쓸데없는 설명 덧붙이지 않겠다는 듯,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다. 남아도는 상상력과 할 말은 다음에, 라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 장편의 강점 또한 유감없다. 여러 등장인물이 모두 살아있고 각자 떠났다. 여러 방향으로 향하는 끝이 몹시 우아하다.


발췌문을 찾다가 덧. 뇌를 만나는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하게 되지 싶다. 잘못 읽은 거 아니다, 낱말 그대로 뇌 말이다. 당신이라는 존재의 주인, 기억을 저장하는 말랑말랑한 회색 세포.


실상 나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보았던 말랑말랑한 회색빛 뇌만으로는 그의 나이도, 생김새도, 심지어 성별조차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그를 남자로 대했지만 그건 그가 남성형 의체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의 회색빛 뇌는 XY염색체가 아니라 XX염색체를 품고 있을지도 몰랐다. 한 인간의 본질을 담은 본체와 대면하고도 그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는 역설이 나로 하여금 그의 과거를 추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199)



이 기회에 내 에셔 화집도 자랑



‘손’이라고 핸드크림이 같이 왔음; 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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