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들린 목소리들 Smoking

밤에 들린 목소리들 - 10점
스티븐 밀하우저 지음, 서창렬 옮김/현대문학

 

첫 단편 「기적의 광택제」하나만 읽고 덮어 두었다가 다시 꺼내어 완독했다. 첫 단편만 읽고 말았다면 오해했겠는 스티븐 (킹 아니고) 밀하우저다. 이어지는 작품들에 비하면 「기적의 광택제」는 오점으로까지 여겨질 소품에 지나지 않는다. 넓은 품과 깊이가 차차 드러나는 작품집. 우리, 마을, 여름 등의 키워드가 겹친다. ‘우리 마을 여름’이 제목이어도 좋았겠다. 밤이라는 시간성보다는 마을이라는 공간성으로 더 기억될 듯하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아들과 어머니의 해후를 그린 「아들과 어머니」, 매일 건물이 올라가고 모습이 달라지는 마을, 즉 자기 동네에서 길을 잃는 「근일 개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길 잃는 이야기가 이상하게 나는 좋다. 또한 내가 징그러워하는 동화 라푼젤을 변주한 「라푼젤」도 있다. 머리카락만 긴 바보가 아닌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 그러다가 역시 절정은 마지막 작품 「밤에 들린 목소리」. 아름답다. 하늘에 계신 영감님이 자기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서 고맙다는, 무신론자 작가여서만은 아니다.


어떤 정치가를 평가할 때 “그 사람은 책을 보지 않아!”(480) 한 마디면 되는 책쟁이 아빠여서 좋고 “모든 문학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첫 문장이 세 개 있지. 첫 번째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두 번째는 ‘나를 이슈마엘이라 불러라.’ 세 번째는 ‘모든 곳의 먼먼 서쪽에 로어트레인스위치 마을이 있다.’”(480)고 말해주는 아빠여서 좋다. ‘고래, 하나님. 더 나이 들면 읽어 볼 것들.’(480) 이렇게 자란 작가여서 좋다. 띠지 문구 ‘신도 부러워할 필력,’ 그렇다. 밤에 스티븐, 하고 불러주지 않아 나도 고맙다, 하늘에 계신 영감님.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