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사람 NoSmoking

아틸라 요제프 시선 : 일곱 번째 사람 - 8점
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심보선 서문/아티초크

 

희망이 없이

-서서히, 생각하며

결국 서러운 늪지의
모래밭에 이르러 상념에 잠긴다
주변을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곤
아예 희망을 갖지 않는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은도끼가 물푸레나무의
잎들을 농락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낙천적으로

나의 심장이 허무의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그 작은 것이 소리 없이 떨고 있는데
별들이 서서히 몰려들어
가만히 구경한다

(69, <희망이 없이> 전문)


존 버거 《제7의 인간》으로 먼저 접했던 시라고 (심보선 시인 서문 말마따나 나도) 쓸 수 있다면 좋겠으나, 존 버거 해당 작품보다 먼저 만난 아틸라 요제프다. 시쿠 부아르키 소설《부다페스트》에서 읽었던 바, ‘지구상에서 악마가 숭배하는 단 하나의 말이라는 헝가리어’로 지어진 시. 공진호 번역가의 중역으로 만난다. 호메로스까지 거론하며 내놓는 중역에 대한 변이 무색하게도, 중역이든 직역(?)이든 발번역이든 고맙습니다, 다. 내가 술집 이름으로도 사용할 만큼 좋아하는 오마르 카이얌 《루바이야트》도 피츠제럴드 영역본을 거친 중역이다. 도착어로 논리에 맞고 잘 읽히면 반역도 번역이다. 《일곱 번째 사람》은 잘 읽힌다. 비교할 원문을 모르는 상황에서 오히려 눈에 더 띄는 건 오타여서.

120쪽, <4월 11일> 중. 4월에 태어난 아틸라 요제프다. 훈족 왕 이름을 하고 있으면서 ‘노동자라고도 하고/ 시인이라고도 하는’(26) 이. 춥고 배고픈 삶이 고스란해서 설렁설렁 읽히지가 않는다. ‘조금씩 피를 쓰다/ 투명해지고’(26) 결국 서른두 살 향년을 스스로 선택한 천재. 이상하게 마음이 아픈데. 4월이어서 그런가, 4월생이어서 그런가. 부다페스트에서는 젊은 내가 문준과 함께 있었다. 아득하다.


나는 어머니를 만지지 못했다, 괜찮았을 텐데,
사람들은 내가 죽은 어머니를 보지도 못하게 했다.
나는 울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아득했다.

(94, <문을 열어 본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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