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편지 Smoking

살인자의 편지 - 8점
유현산 지음/자음과모음(이룸)


처음 만난 유현산 작가. 귀여운 표지에 반해 내용은 묵직하다. 일본 추리소설에서 자주 들었던 ‘사회파’ 류가 되지 싶다. 밋밋하다고 여겼던 제목 또한 무난할지언정 정확했음을 알겠다. 살인자는 편지를 쓰거든. 글을 아주 잘 써. ‘텍스트심리학’이라는 분야가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쓴 텍스트를 (필체가 아니다) 보고 ‘작성자의 신상, 심리상태, 행동방식까지 밝혀내는’(291) 연구란다. 덕후 교수가 한 명 나온다. 이야기를 함께 읽어온 독자들이야 일찌감치 범인을 눈치 챌 수 있었다지만 연구실 골방에서 두어 가지 텍스트만 파서 범인을 지목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한 인간이 작성한 텍스트의 의미는 인간의 뇌처럼 쭈글쭈글한 주름이 져 있었다. 주름을 펴면 텍스트의 의미가 수십 배로 확장되었다.’(291)


텍스트심리학, 매력적이야. 얕고 넓게, 독서와 글쓰기로 대응해보자면 텍스트를 읽는 행위는  주름을 펴는 일이고 텍스트를 쓰는 행위는 주름을 만드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매일 다른 이의 주름을 펴고 그보다는 덜 자주 내 주름을 쭈글쭈글 만들고 앉은 격이다. 누군가들은 내 주름도 펴주고 있겠거니. 부디 쫙쫙 펴주시기를……이 아닌가? 음. 주요 등장인물들 사연과 개성이 각각 다 살아 있어 정들었다. 경찰 수사반 정진우와 박은희 등이 계속 등장하는 시리즈로 보고 싶을 정도로. 살인자 냉혈한이 나오는 만큼 피가 튀고 끔찍한 장면이 많음에도 문장은 시종 단정한 느낌을 준다. 희한하지, 어째 이럴까. 어째서이긴. 잘 쓴 글이니까. 내 주름이 닮고 싶은 문체이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범인의 편지…… 사이비 텍스트심리학자에 의하면 편지 작성자와 소설 작성자는 같은 사람이다!


“왜 그랬어?”
“그냥 무의미한 시간을 견디기 위한 무의미한 몸짓이라고 이해해줘.”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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