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Smoking

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대니얼 크라우스 지음, 김문주 옮김/온다

 

말을 못하는 엘라이자는 미 항공우주 연구소 비밀 실험실에서 청소부로 일한다. 가족도 없는 외로운 그녀이지만 서로를 보살펴 주는 친구 자일스와 동료 젤다가 있다. 어느 날 아마존에서 양서류를 닮은 괴생명체가 잡혀 오고 엘라이자는 신비로운 그에게 끌리는데…. (책 소개 글)


영화보다 늦게 온 원작 소설이다. 내 마음의 모양Shape of My Heart 아니고 사랑의 모양Shape of Love 아니고 네 모양Shape of You도 아니고 단지, 물의 모양Shape of Water인데 앞선 노래제목들을 다 포함한다. 그러니까, 로맨스 소설이라는 얘기. 1960년대 미국 배경을 가져온 것은 로맨스의 역경을 더 부각하기 위함이었던 듯, 미소 이념 대립, 남녀, 흑백, 직업, 장애, 성적소수자 차별 등이 부족함 없다. 거기에 더해, 생포되어 와서 실험대상으로 전락하는 양서류 괴생명체의 등장은 이들의 ‘아주 작은 차이’를 깨닫게 해주는지도 모르겠다.


나와는 다르지만 나처럼, 아니면 나보다 더한 고통을 받는 존재 말이다. 차별 받아본 이들은 안다. 감수성으로 연민으로 공감으로. 억압을 내 것같이 여기고, 친구의 사랑 또한 내 것 같아서 협력하고 연대한다. 엘라이자가 경험하는 사랑 뿐 아니라 젤다와 엘라이자 사이, 자일스와 엘라이자 사이, 자일스와 레이니 사이 자매애, 동료애, 우정, 또는 각성과 친절이 있어서 더 아름다운 (덜 유치한?) 로맨스가 되었지 싶다.


“네가 말했던 것이 무엇이든 신경 안 써. 중요한 건 네가 그걸 필요로 한다는 거야. 그러니 도와줄게.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려 줘.” (279쪽)


로맨스 소설을 통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읽어내기가 그저 쉽지는 않았다. 로맨스 특유의 간질간질한 면 때문만이 아니라, 스트릭랜드의 지나친 폭력성이 가끔은 이해 수준을 넘어 개연성이 뚝 떨어지는 감상까지도 주어서다. 군인으로서 자신이 명령과 권력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시대적 악의 화신. 온갖 차별과 편견과 광기와 갑질과 분노, 마초, 가부장을 한 인물에 욱여넣으려다 보니 작위적인 캐릭터가 돼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혼자 붕 떠 괴생명체보다 더 ‘판타지’스러운 느낌.


책 자체로도 아쉬운 점이 많다. 스트릭랜드가 충동 구매하는 초록색 캐딜락은 차체길이가 무려 ‘5.6km’(238쪽)에 이르고 이름은 ‘스트릭트랜’(239쪽)이 되기도 하며 레이니는 때로 ‘레이나’가 되는 등 오타 투성이에 번역도 매끄럽지 못하다. 몇 장 삽입된 일러스트는 오히려 감점 요소가 아닌가 싶을 정도여서, 추상의 멋진 색채와 형태를 상상하다 흑백의 딱딱한 구상화를 대하는 상황이 멋쩍었다.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를 훼손당한 기분이라고 할까. 색채감이 황홀한 텍스트인데 영화에서는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군침 돌아 일단 달걀은 삶아 먹었다. 완숙으로.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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