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드 카본 Smoking

 
 얼터드 카본 - 8점
리처드 K. 모건 지음, 유소영 옮김/황금가지
 

“존재는 기억이야.” (2권 287/427)


altered carbon. 변형된 탄소. 어떤 몸을 입으면 한 인격체가 될 의식 또는 기억, 그러니까 잠재 존재 정도 되겠다. 의식의 데이터화+몸 갈아타기, 가상현실, 인공지능, 해킹, 폭력, 약물, 추리 요소를 다 갖춘 사이버펑크다. 화려한 시각화 욕심이 날 법도 했겠다. ‘넷플릭스 원작소설’이라는 광고가 먹히는 요즘. 취향이 같은 몇몇 감독의 선택만큼이나 믿고 봐도 좋을 안목으로 등극한 넷플릭스 아닐까 싶다. <서던 리치> 3부작도 같은 이유로 내 보관함에 들어가 있다.


의식을 데이터화하여 칩에 저장하고 유기체 몸은 따로 보관·조립이 가능한 먼 훗날에도, 권력과 부가 몇몇에 쏠리면 이런 꼴이 난다. 어떤 꼴? 소수 권력자는 클론과 의식 업데이트로 므두셀라가 되고 가난한 많은 이들은 몸을 갖지 못하거나(존재하지 못하거나) 원치 않는 남의 몸을 입고 사는 꼴. 기술 발전과 평등, 부의 분배는 같이 감이 옳다. 정의롭고 강한 ‘영웅’ 주인공이 살짝 오글거리기는 하나 울컥하는 결말과 카타르시스가 참 고마운 리처드 모건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섰다. 이것은 수술대 위에서 찢긴 루이즈, 일명 아네노미의 일, 칼에 찔려 죽고도 가난해서 몸을 입지 못한 엘리자베스 엘리엇의 일, 대기업 간부가 한 달씩 번갈아 가며 입는 몸을 되찾지 못해 울던 아이린 엘리엇의 일, 같은 여자이면서도 같지 않은 사람을 잃어버리고 되찾는 충격에 휩싸인 빅터 엘리엇의 일이었다. 이것은 병든 중년 백인의 몸을 입고 나타난 가족을 대면해야 하는 흑인 젊은이의 일, 아마도 또 다른 대기업 흡혈귀에게 곧 넘겨주게 될 폐를 마지막 담배 연기로 오염시키며 고개를 의연하게 치켜든 채 저장소로 들어간 버지니아 비도라의 일이었다. 이것은 이네닌의 진흙탕과 화염 속에서 자기 눈을 파낸 지미 드 소토의 일, 그리고 고통스럽게 모인 병력의 집합체로서 역사라는 똥구덩이 속으로 빠져 들어간 수백만 명의 보호령 군인들의 일이기도 했다. 이 모두, 그리고 그 외의 수많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누군가 대가를 치러야 했다. (2권 272-27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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