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NoSmoking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 10점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김영사


큼지막한 판형. 원제 <The Magic of Reality>다. 아름다운 그림과 어우러진 열두 가지 질문과 대답. 리처드 도킨스가 친절해졌나? 아니, 도킨스 님은 늘 친절했다. 늘. 어떤 (멍청한) 질문이나 (맹목적인) 믿음에도 구구절절 답을 내놓는 대중 과학자. 도킨스는, 도킨스를 읽지 않는 사람에게나 불친절하고 불편한 저자이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턱이 낮은 저작이라면 이 책이지 싶다.


어느 정도냐 하면, 중학교 들어간 조카꼬맹이에게 사 주고 싶은 도서로 내가 막 낙점한 참이다. 조카가 사실, 아니 내 엑스형부(화학과 교수다)가 꼬맹이한테(초딩일 때)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사 준 경력이 있다. 모든 부모는 제 자식이 천재인줄 알거든. 그 책, 나한테 흘러왔는데 초끈이론 별로 알고 싶지가 않네? 음. 알고 싶지 않을 뿐……, 나는 도킨스 리뷰 쓰러 왔으니까. 음음.


사실, 무언가를 초자연적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아예 설명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그보다 더 나쁘다. 설명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때문이다. ‘초자연적’인 것은 정의상 자연적 설명의 범위, 즉 과학을 넘어서는 것이다. 인류가 지난 400여 년간 향유한 엄청난 지식의 발전을 가져온 기법을, 즉 확실하게 검증된 과학적 기법을 넘어선다. (23)


마법으로 시작해서 마법으로 끝난다. 앞의 마법은 초자연적 신화, 뒤의 마법은 신화 못지않게 신비로운 현실의 마법, 과학 얘기다. 가장 놀라운 점은 각 장마다 딱 떨어지는 쪽수에 맞춤한 양으로 할 말을 다 한다는 점이다. 수박 겉핥는 느낌이 없으면서도 전혀 어렵지 않게 내용을 충실히 전달함이 그야말로 고수의 내공이 아닌가 싶다. 글과 잘 조율된 그림 자료와 편집까지 멋지다.


챕터 제목들이 원어로 병기되어 있는데, ‘~란 무엇일까?’ 하는 물음이다. 간단한 신화 소개에 이어 ‘정말로really ~란 무엇일까?’로 전개되는 구성. ‘really’가 뜻 그대로 적확하게 쓰인 경우이겠다. 실제로, 현실에 있는 그대로. 예컨대, ~란 현상들이 생물·화학·빛·확률·지구·우주 과학에서는 이렇습니다, 하는 식. 아주 가끔씩 맹목적 종교인들에게 한 방 먹이는 듯한 비수가 번득이는 점도 화끈하다.


바로 그래서일 거다. ‘쓰나미가 덮친 이유는 스트립클럽, 디스코장, 술집, 여타 사악한 장소들을 쓸어버리기 위해서다.’(234) 라고 헛소리 설교하는 교회에, 조카꼬맹이가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서. ‘쓰나미는 해저 지진 때문에 일어나고, 지진은 지각판의 움직임 때문에 일어난다. 이것이 모든 일에 이유가 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다.’(234) 자연현상에다 어떤 이의 (거룩한) 의도나 목적을 슬그머니 끼워 넣는 것, 그걸 다른 말로 망상이나 미신이라고 한다.


어떤 성질 더러운 창조주와 꺼림칙한 신화 속 원죄 논리로 쓸데없는 죄책감을 갖게 하는 짓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특히 어린이에게는. 이야기, 신화, 영웅 들이야 많고 많은 터, 그중 특정 일화와 인물을 왜 ‘믿음’으로 이어가는지 모를 일이다. 재미가 아니고. 쾌락주의자 나로 말하자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좋고 과학 이야기 또한 좋다. 믿음 따위가 왜 오는지 모르겠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현실의 마법이 디폴트인 상황에서 이야기의 마법을 즐기는 편이다. 꼬맹이가 성경만큼이나 좋아했으면(성경 대신했으면) 하는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이다.


진실에는 고유의 마법이 있다는 생각에서 여러분이 동의하기를 바란다. 진실은 어떤 신화보다, 허구의 미스터리보다, 기적보다 더 마법적이다. 마법이라는 단어가 지닐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흥미로운 의미에서 그렇다. 과학에는 고유의 마법이 있다. 현실의 마법!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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