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 사전 NoSmoking

한 글자 사전 - 10점
김소연 지음/마음산책

 


‘화’가 마음에서 불처럼 일어나는 노여움의 상태를 뜻한다면 ‘성’은 그 상태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뜻하고 ‘골’은 화의 근거가 모호하고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노여워지는 상태이므로 겉으로 확연히 드러낼 수가 없다. 근거의 불충분함 때문에 심술에 가까울 때가 많다. (33)


걸핏하면 뚱해지는 사람과 지낸 적 있다. 처음엔, 이게 뭐지?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쩔쩔매며 어쩔 줄을 몰랐다. 그게 반복되니까 그냥 미치겠더라. 마음에서 불이 일었다. 결국 그건 내 잘못이 아니며,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을 존중할 줄도, 배려할 줄도 모르는 그 사람의 심술에 다름 아님을 깨닫고 관계를 끝냈다.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의 앞에서 마침내 터진 내 이었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사전'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단상들에 아직도 가 치미는 걸로 보아 내 안에 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었는지 알게 됐다.



얼굴에 많이 칠하면 원하던 내 얼굴과 가까워지고 가슴에 많이 쌓이면 원하던 나 자신과 멀어진다. (188)


분은 얼굴에 칠하기로 하자. 아, 그런데 너무 건조하구나. 세수부터 해야겠다. 이나 , 같은 표제어에서 떠오르는 따뜻한 기억이 있다면 훨씬 깊은 독서가 되어 줄 『한 글자 사전』이다. 두고두고 다시 읽어보기로 한다. 가슴에 쌓인 분이 엷어지고 얼굴에 분칠을 많이 한 훗날에는 다른 단어가 은근히 다가오리라. '열 살 터울 자매'(뒤표지)『마음사전』이 내 옆에서 조용히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처럼.



개, 꽃, 돌, 방, 봄, 빵, 삶, 말, 창, 책 등의 표제어는 긴 글을 동반한다. 작가가 특별히 좋아하는 항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암은 없다. 영영 없었으면 좋겠다. 내일 나온다는 정선생의 조직검사 결과지에도, 꼭.



‘반드시’라고 표현하면 어딘가 권위적으로 보이고, ‘당연히’라고 표현하면 어딘가 건성으로 여겨지고, ‘제발’이라고 표현하면 어딘가 비굴해 보이고, ‘부디’라고 표현하면 너무 절절해 보여서, 건조하지만 정갈한 염원을 담백하게 담고 싶을 때 쓰는 말. (50)



 

투명 책갈피 이 같이 왔다. ‘사람이 있어야 할 가장 좋은 자리’라지만, 내는 네 옆은 아니었다. 헤어진 후에 웃는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유일한 사람. 도 아닌 이. ‘는?’이라는 질문을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상대. 의 작고 못난 ‘’에 짓질려 이제 로 보낸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를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격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하고 싶다.’(23, '격')는 김소연 작가의 말을 빌려, 어떤 사람을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지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갑자기 혼자 해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하겠다. 그리하여 이런 표제어를 이어 놓고



남자, 타인, 남쪽. 이 세 가지를 모두 이 한 글자로 적는 데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멀리 두고 보아야 좋다. (70)


‘동물은 평화롭고 생선은 푸르며 사람은 애처롭다.’(110)가 작가의 이다. 내 은 이렇게 써 보며 끝.


사람 몸에서 가장 편하게, 오래 바라볼 수 있는 부분. 몸을 겨우 가누는 아기가 바닥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는 그것만큼 사랑스러운 볼거리를 알지 못한다. 어른의 경우 주로 멀어지는 모양으로 목격하게 된다. 관심이나 염려가 클수록 바라보는 시간이 길다. 싫은 사람의 그것에는 눈길도 주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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