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하우스 Smoking

굿 하우스 - 8점
앤 리어리 지음, 정연희 옮김/문학동네


그녀는 나를 돌아보며 방긋 웃었다. 그러고는 집 건물에서 나올 때 가져온 와인잔을 페인트 얼룩이 묻은 테이블에서 들어 한 모금 홀짝였다. 와인을 맛있게 마시는 모습을 보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사람들이 술을 어떻게 마시는지에 늘 주목한다. 나처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다. 리베카가 혹시 내 동족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43)


마셔버린 술 같다. 이 책 읽지 않고 아껴둔 이 있다면 내가 부러워함을 알아주길. 밝고 발랄한 분위기 속에 드리운 취기의 다크 사이드가 사랑스럽고 아프다. 힐디는 한 동네에서 평생을 살아온 부동산 중개업자다. 평생을 한 동네에서. 어떤 의미인지 감이 오리라. 누군가의 과거 뿐 아니라 비밀도 공공연해지기 십상인 환경 말이다. 이런 데에서 알코올중독자로 살아간다는 건…… 그래, 이런 모습일 거다.


나름 성공한 부동산 중개업자에다 딸 둘은 장성했고 귀여운 손자도 두었다. 혼자 산다. 전남편과 우정을 유지한다. 평생 이어온 주민들과의 연도 돈독하다. 그 중에는 늙어 보잘것없어진 첫 사랑 남자도, 이주해 들어온 새 이웃과 맺는 우정도 있다. 집은 자기 명의이고 대출금은 좀 남았다지만, 세상에, 지하실이 딸렸다. 내 말은, 지하실에 포도주가 박스째 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부럽다는 거다, 가 아닌데…… 쿨럭.


취기의 순간과 후유증이 해변 마을 햇빛과 달빛 아래 펼쳐진다. 사회생활을 멀쩡히 잘 하면서 알코올중독인 경우는 캐롤라인 냅도 <드링킹>에서 쓴 바 있다. ‘쾌락에 관한 한 나는 채워질 줄 모른다’(152)는 힐디가 ‘더, 더’라고 표현하는 이 결핍감, 가슴 속 빈방을 너무 잘 알겠어서 내가 다 아팠다. 어둡지 않고 무겁지도 않은 작품인데 괜히 혼자 슬펐어. <명작의 풍경>에서 읽었던 바, ‘소설을 읽고 나서 그 인물을 떼어놓기 힘들면 힘들수록 좋은 소설’이라니, 앤 리어리가 내게는 좋은 소설을 준 셈이다. 떼어놓기 힘들었던 내 동족 힐디, 놓지 마 정신줄.


하지만 지금은 지하 저장고에 익숙해졌다. 지하에 있을 때의 느낌이 참 좋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서늘하다. 보일러가 윙윙거리고 온수기가 쉭쉭거렸다. 집을 움직이는 모든 중요한 기관들이 건강하고 성실하게 일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 그곳은 내 와인이 있는 곳이다. (…) 그곳에는 공생관계의 훌륭한 생태계가 존재하며 나 또한 그 일부다. (284-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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