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호텔 Smoking

그랜드 호텔 - 8점
비키 바움 지음, 박광자 옮김/문학과지성사

 

호텔의 룸 메이드가 열쇠 구멍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룸 메이드들은 열쇠 구멍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 큰 호텔에서는 아무도 다른 사람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 오터른슐라크 박사가 그럴듯하게 인생에 비유한 이 커다란 창고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 혼자일 뿐이다. (253)


바이마르공화국 시기(1919~1933) 베를린 최고급 호텔. 변기솔로 양치컵을 닦는 메이드는 나오지 않는다. 그럴듯한 외관 아래 숨은 그림자 서비스가 아직 그 정도로 날림은 아니었던 시절인가 보다. 전후(戰後) 독일 대도시 시대상을 본다. 남작이니 귀족이니 하는 호칭과 더불어 자본가, 노동자, 예술가, 어떤 수로든 출세하려는 이, 전쟁 트라우마를 겪는 이 등이 골고루 등장한다. 북적북적 급변하는 물결 속 개인의 고독과 불안, 덧없음을 본다.


화려한 치장과 시끌벅적한 사교생활에도 불구하고 ‘방 안에 들어가면 각자 모두 완벽하게 혼자’(253)인 곳, 호텔이다. 각각 방들이 무대인양 연극적이기도 하다 싶은데, 영화로뿐 아니라 연극으로도 공연이 올랐단다. 투숙객들 각자가 가진 사연과, 이들이 만나 서로 이루는 관계까지도 참…… 외롭다. 너무 쓸쓸해. 그리고 이런 쓸쓸함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어서 몰래 혼자 오래 간직하고 싶은 비키 바움이다. 원제는 ‘Menschen im Hotel(호텔 사람들).’




핑백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모스크바의 신사 2019-01-02 22:28:46 #

    ... 만족스러워 하는 장면에서조차 마음 한 편이 아픈데. 왜냐고. 갇혀 있으니까. 그리하여 작가의 마지막 한 방이 울컥하는 것이겠다. 호텔 배경이라는 측면에서 <그랜드 호텔>, 혁명 이후 귀족을 그린다는 점에서 <열두 개의 의자>, 결정적인 실마리를 품은 영화 <카사블랑카>까지 링크할 수 있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