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꿈이 만든 현실 NoSmoking

SF 꿈이 만든 현실 - 6점
토머스 M. 디쉬 지음, 채계병 옮김/이카루스미디어

 

이런 책 처음이다. 이런 책이라니, SF 메타북 말인가? 아니아니. 나의 소중한 3M 포스트잇 플래그를 다 잡아먹은 책 말이다. 밑줄 칠 문장이 많았다는 얘긴가? 아니아니. 교정교열 얘기다. 밑줄 문장 플래그는 책배(내지 세로 바깥 부분)에, 오탈자 플래그는 책머리(내지 가로 윗부분)에 임하셨다. 그나마 비문과 잘못 쓴 외래어 표기와 의심스러운 번역에는 상관도 하지 않은 게 이 정도다. 반만 읽고 말까, 하다 오기로 다 읽었다. 와 닿지 않고 겉도는 내용은 이미 포기하고 독서, 아니 책장 넘기기를 마쳤다. 오자들이 어디 한 부분에 몰려있지 않고 책 전체에 골고루 등장한 모양새로 보아 어느 장도 교정교열을 거치지 않은 듯하다.


저자 이름이 ‘디시’나 ‘디슈’가 아닌 ‘디쉬’로 표기된 점에서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알기론 ‘-쉬’로 끝나는 외래어/외국어 표기 없다. 본문 첫 단어가 ‘공상과학소설’이다. 원서를 찾아보니 단순히 ‘science fiction’이다. SF 안내서이니만큼 SF 좀 본다 싶은 사람들이 독자일 텐데, SF 독자들은 ‘과학소설’이라고 하지 ‘공상과학소설’이라고 하지 않는다. 일본 번역 잔재여서인지, 폄하하는 느낌이 들게 해서인지 모르겠으나 그런 추세다. 그런데 읽다보니 거짓말이니 대중 오락이니 B급 하위문학이니 사이비종교니 하는 내용이 줄줄이 나와 일관적으로 ‘공상과학소설’이라고 한 점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납득은 거기까지. 문학 문외한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소양, 아니 사양이 놀라울 정도다. 일단 작가들 이름 표기가 이렇다. 카렐 ‘카펙’(카렐 차페크), ‘앨더스’ 헉슬리(올더스 헉슬리), ‘마가렛’ 애트우드(마거릿 애트우드), 프랑수아 ‘빌롱’(프랑수아 비용), 돈 ‘데릴로’(돈 드릴로). 작품 제목은 더욱 애매해서, 원제가 있고 번역제목이 있을 터이므로 세세하게 보지도 않았다만 원제를 병기해주지 않은 과감함은 인상적이다. 잠깐만 검색해보면 금세 찾을 기존 제목들을 무시한 건 무지가 아니라 무심이라 할 것이다. ‘화성인’ 연대기(화성 연대기), ‘따뜻한 비가 내리겠지’(부드러운 비가 내리고), ‘수백만 년의’ 소풍(백만 년 동안의 소풍, 또는 백만 년짜리 소풍) ‘뒤를 돌아보며’(뒤돌아보며), ‘크래쉬’(크래시)…… 


시/쉬, 셰/쉐(디시/디쉬, 블리시/블리쉬, 크래시/크래쉬, 애트시/애트쉬, 셰퍼턴/쉐퍼턴), 매/맥, 로/록(매카시/맥카시, 매킨타어이/맥킨타이어, 로큰롤/록큰롤) 등은 작은 문제다. 번역 문장이 비참하다. 발췌할 문장을 찾다 포기했다. 비뚤어진 내 인내심 끝에 얻은 것이라곤 에드거 앨런 포, 로버트 A. 하인라인, 필립 K. 딕, J. G. 밸러드에 대한 뒷이야기들 조금, SF 안내서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유사종교집단 옴진리교와 사이언톨로지에 관한 정보들 약간, 그리고 어슐러 르 귄이 페미니즘 입장에서 편찬한 SF 선집에 저자 작품이 실리지 않았다는 사실 등이다. 저자의 언짢은 감정은 울퉁불퉁한 번역에서도 느껴졌다는 정도.


‘휴고상 수상작 비소설부문 최우수 관련도서’, ‘한번 잡으면 내려놓을 수 없는 책’(뒤표지) 나도 느껴보고 싶었다만 한 번 잡으면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책으로 만들어 인내심을 시험하는 책. 옮긴이의 무심한 번역에 압도당한 리뷰 되겠다. 곰곰 생각해보니 고장원의 <SF의 힘>이 새삼 소중하구나. 우리글로 쓰였고 전하는 내용 명확하고 거론하는 작품들에 대한 이해 깊고. 휴고상 수상하면 뭐 하나, ‘꿈이 만든 현실’이 읽히질 않는데. 끝으로, 끝까지 오자 나올까봐 조마조마했던 옮긴이 후기. 휴, 큰 탈은 없었는데 마지막 방점이 역시, 무심. 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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