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Smoking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 8점
사바하틴 알리 지음, 이난아 옮김/학고재


모피를 입은 비너스 아니고 마돈나. 사랑의 여신 비너스와는 이토록 다른 성모madonna로구나. 이름도 당연히 마리아인 독일 화가가 그린 자화상 마돈나가 모피를 입고 액자 속에 있다. 이야기 구성도 액자 형식이어서, 마리아와 터키 유학생 라이프의 사랑 이야기가 공책 안에 담겼다.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라이프가 남긴 기록을 읽는 ‘나,’ 라심이 액자 밖 화자다. 라이프의 삶, 쓸쓸한데 씁쓸하기도 한 건 왜지.


액자 속 사랑과 상실이 어찌나 전형적인지 ‘교과서적’ 향수가 물씬 풍겨서. 내가 알아봤고 나를 알아본 사람이 바로 내가 꿈꿔왔던 사람이 맞을 때 어이쿠, 사랑. 일생 단 한 번 마음을 엶. 어찌어찌하여 연결이 끊어지니 에그머니, 상실. 마음 닫음. 너무 빤하잖아. 소설적으로 완벽해. 영화 속 마리옹 코티야르도 완벽할 거야. 아흑, 어쩌다 나는 이렇게 메마른 사람이 되어 슬픈 사랑 이야기에 울지도 못하고 앉았는지. 소설은 멋진데, 단 한 번의 사랑을 믿지 않는 독자여서 미안.


더 정확히는, 한 번 마음을 열었다가 이후 조개처럼 닫아버리는 마음 가난뱅이를 싫어해서 미안. 일생 단 한 번 경험했다는 강렬한 사랑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듯, 자기에만 침잠하는 미성숙함, 순수와 한 끗 차이인 저 자기중심성을 싫어해서 미안. 이후 만난 사람들에게 순수함이 끼쳤을 민폐를 싫어해서 미안. 아무도 묻지 않을 테지만, 또 별 상관없어 보이지만, 단지 모피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비교해 보는 건데, 나는 비너스 쪽 사랑이 더 좋다.


모든 문제는 주위 사람들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는 데 있었고, 그 역시 좀 알아달라며 어떤 시도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그와 사람들 사이의 얼음이 녹거나, 그들 사이를 갈라놓은 소름끼치는 소원함이 누그러질 가능성도 없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이 힘든 걸 시작하느니 차라리 장님처럼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서로 부딪칠 때만 상대방의 존재를 지각하는 쪽을 택하곤 한다. (47)





덧글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