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기묘한 날씨 NoSmoking

아주, 기묘한 날씨 - 10점
로런 레드니스 지음, 김소정 옮김/푸른지식


아주, 기묘한 책. 날씨 이야기라기에 과학책인가 했는데 역사책인 듯도 하고 문화비판서 같기도 하다. 서지분류 ‘자연에세이.’ 지구 곳곳 한 장면씩 툭툭 소개하는 구성이 묘하게 지적이고 멋지다. 몇 가지만 보면, ‘추위’ 편은 북극 근처 스발바르 제도, ‘비’ 편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 ‘안개’ 편은 뉴펀들랜드 섬 스피어 곶을 보여준다. 각각 장소에서 일어났던 역사상 일화나 동시대 누군가의 이야기, 거기에 곁들여 약간의 과학 설명까지 놓였다.


맨 처음 소개한 스발바르 제도에는 국제종자저장고가 있다는데, ‘지구의 농업 다양성을 보존하려고 만든 저장 시설이자 보험증권’이란다. ‘한국은 참깨, 시금치, 무, 땅콩, 토마토, 당근, 율무씨를 보관했다. 한국 씨가 보관된 곳과 멀지 않은 곳에는 북한에서 보내온 옥수수 씨와 쌀이 있다.’(28) ‘지구 종말일 저장고’라고도 불린다는 스발바르국제종자저장고, 처음 들은 지명에다 처음 알게 된 기관이다. 뭔가 SF 종말소설에서나 볼 법하게 멋진걸.


언젠가 커트 보니깃의 형 버나드 보니깃이 ‘인공 구름 과학자’라 멋지다고 한 적 있는데, 실제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이런 구름 응결 기술을 사용했음을 ‘전쟁’ 편에서 볼 수 있다. 음모론인가도 싶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첫 번째 기상학 무기가 맞는단다. 이렇게, 기상상태 뿐 아니라 ‘통치’ ‘전쟁’ ‘수익’ ‘즐거움’이 각각 한 챕터씩 차지하는 걸 보면 기후, 날씨, 자연이 정치·경제·문화와 연결된 모습을 보여준다고도 하겠다. 개성 넘치는 그림과 텍스트가 아름답다. 저자의 다른 작품 <방사성>도 보고 싶어져 보관함 커졌다.

34-35쪽. 잘 안 보이는 글을 옮기면 이렇다.

(…) 1930년대에 스발바르제도에서 1년 동안 지낸 오스트리아 여성 크리스티네 리터는 친숙한 흐름은 단절되고 생명은 가사 상태에 빠져든 것처럼 보이는 곳을 묘사했다. “빛이 존재하는 이곳의 밤은 기이하다. 모든 존재가 기묘하고도 성스럽게 느껴진다. 파도는 훨씬 더 부드럽게 치고 새는 훨씬 느리게 난다. 밤은 마치 낮이 꾸는 꿈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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