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 Smoking

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 - 8점
아이작 아시모프 외 지음, 정영목, 홍인기 옮겨 엮음/도솔


24편의 작품, 21명의 작가를 만난다. 책 두께가 4cm 정도 되니, ‘안읽쌓’ 탑 줄어든 게 확연해서 기분 좋아…… 또 책 주문하고 말았다. (도착할 책들은 쪽수를 다 합해보니 두 배쯤 된다. 아, 이러지 말자.) 두 편씩 실린 작가 세 명 중에는 어슐러 K. 르 귄이 있어 놀랍고 부끄럽다. 르 귄 단편집 『바람의 열두 방향』을 읽은 나로서는 『SF 걸작선』에 실린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과「아홉 생명」둘 다 두 번째 만나는 작품임에도 완전히 새로 읽는 느낌이어서이다. 모아놓은 르 귄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매력이 ‘걸작선’에 따로 놓이니 빛을 발하는 까닭 뭐냐. 다른 작품들이 후져서가 아니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변한(늙은) 것밖에 없겠다. 출판사 ‘오멜라스’가 그 이름을 채택한 이유 멋지고 훌륭하다.


멋진 신세계, 샹그리라, 유토피아 혹은 에레혼 뭐라고 부르든, 어떤 공동체인지 독자 모두 알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의 낙원 오멜라스 한 공공건물 지하실에는 어린아이 한 명이 수용되어 있다.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 장애아동. 소수약자를 상징하는 듯한 생명체 하나 지하실에 가둬두고 오멜라스는 ‘낙원’인 것이다. 아이의 존재를 모두가 안다. 치부를 숨기려고 하는 독재체제가 혐오스러웠다면, 숨기려고 하지 않으나 그 연민으로 체제가 유지되는 사회는 더 혐오스러웠다. 제목에 ‘떠나는’이 들어간 이유이겠다. 사회가 굴러가도록 하는 값싼 연민과 동정과 우월감을 어찌해야 할까. 떠나든지, 받아들이든지? 아니, 하나가 더 있다. 바꾸든지. 내가 아는 연민은 분노와 다르지 않았다. 분노는 옳은 대상을 찾았을 때 힘을 발하곤 한다. 작년에 우리가 이룬 혁명 경험처럼.


‘오멜라스’ 사람들의 빛나는 삶의 원천이야말로 그들의 눈물과 분노, 관용을 베풀려는 의도, 그리고 무력한 수긍에 있는 것일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김빠지고 무책임한 행복이란 있을 수 없다. 그들은 지하실의 아이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도 연민이란 것을 알고 있다. 고상한 취향으로 지어진 건축물들, 심금을 울리는 음악, 심오한 과학을 가능케 하는 그 모든 것들이 바로 그 아이의 존재 때문이며, 또한 그들이 그런 아이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그토록 자애롭게 대하는 것도 바로 그 아이 때문이다. (451, 어슐러 K. 르 귄,「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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