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엘레지 NoSmoking

죽음의 엘레지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지음, 최승자 옮김/읻다

 

목숨이 사라질 때까지
   죽음에 저항하면서
나는 나의 숨을 간직할 것이며,
   나는 죽지 않고 질질 끌리라.

나는 나의 문을 빗장과
   굵은 밧줄로 걸어 잠글 것이며,
나는 나의 문을 책상과
   테이블로 봉쇄할 것이며,

나의 온 힘으로
   나의 문을 막아놓을 것이다.
나는 용감히 싸울 것이며
   굳세게 맞설 것이다.

죽음은 그 손으로 내 입을 막고서
   나를 질질 끌고 가야 할 것이다.
남쪽을 향해 비명을 지르고
   북쪽을 잡고 매달리는 나를.

(95-96, 「죽음」부분)


élégie, elegy, 비가(悲歌). 한국어 사전에서 ‘엘레지’를 찾으면 ‘슬픔을 노래한 악곡이나 가곡’(다음 어학사전)이 두 번째 뜻이다. 깜짝 놀랄만한 첫 번째 뜻은…… 알아보길. 빈센트 밀레이 시집 ‘죽음의 비가’라는 제목에서 예상했던 분위기는 죽음 찬미나 집착, 우울, 퇴폐, 조락 등이었으나 웬걸, 생명력이 펄떡펄떡. 죽음을 거부하고 저항한다. 우디 앨런이 죽음에 ‘반대’하듯이. (우디 앨런은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죽음에 반대합니다.’) 그리하여 삶을 찬양하는 것이겠다. ‘죽음은 아무것도 아닌 까닭이다. / 죽음은 결코 / “무(無)!”라고 / 응답하는 메아리보다도 못하며 // 무르익어가는 / 밀에게 보내주는 / 가장 먼 항성의 / 열기보다, 훨씬 더 못하며 // 아무리 말로 노래로 / 속살거린다 해도 / 개의 혀에서 / 뚝뚝 떨어지는 땀보다도 못하다.’(93) 삶이라면 자연, 사랑, 이별, 고통, 그리고…… 포도주.


나는 이 포도들로 포도주를 밟아 만들고 있으리라,
분명 나 죽을 때까지 아침이나 점심이나 저녁이나.
이 포도 얼룩을 묻힌 채 나는 죽음의 자리에 누우리라.

만일 그대가 무슨 일로든 나와 얘기하고자 한다면,
어느 때든 이 포도들이 자라는 곳으로 오라.
그러면 포도를 밟아 즙을 내고 있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그때에는 현명하게, 나보다 위쪽에 서 있어라,
내가 포도를 밟아 만드는 포도주 방울과 먼지가 그대에게 튀지 않도록.

이 포도 얼룩을 묻힌 채 나는 죽음의 자리에 누울 것이다.
내 몸을 깨끗이 닦기 위해 온 세 여인도
이 얼룩을 지우지 못할 것이다.
또한 나를, 검은 연인을 기다리면서
순결하게 누워 있게 놔두지도 못할 것이다.
죽음은 자신의 침대에서
내 몸을 벗기려고 더듬다가
알게 되리라,
자기 이전에
또 한 연인이 있었음을.

(111-112, 「이 포도들로 포도주를」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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