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의 유령들 Smoking

알제리의 유령들 - 8점
황여정 지음/문학동네

 

“이야기가 좀 깁니다만……”
“이야기가 길어봤자지. 설마 인생만큼 길까.”
인생만큼 길 수도 있었다. 맥락을 따지고 들자면 모든 것이 결과이자 원인이었고, 그렇게 인과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결국 내가 태어난 것이 최초의 이유인지도 몰랐다. 아니지, 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니까…… (103, 철수의 이야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아서 무게감이 느껴지는가 보다. 핍진성도. 내 부모, 그 친구들, 또 그들의 부모 및 자식들, 각각의 사연들이 세대를 넘어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 기억이 되면서 나를 만들었을 게다. 7, 80년대 어처구니없는 국가폭력이 90년대에 말끔히 사라질 수는 없었으리라. 후유증과 여진이 내게 왜 없겠는가. 전혀 서두르지 않는 듯, 듬성듬성 들려주는 이야기가 종국에 큰 건물로 나타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나는 무심한 듯한 짧은 대화문들이 참 좋더라. ‘희곡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소설을 보고 ‘연극 같다’는 말은 종종 쓰지만, 어떤 이야기를 읽고 ‘희곡적’이라거나 ‘소설적’이라는 판단 차이는 알지 못한다. 소설 안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잠시 벌어지는데 이 작품은 소설로 온전히 잘 읽힌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희곡 작품이 소설제목과 같은 <알제리의 유령들>. 극본 본을 따로 내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로 멋지다. 삼촌이 제주도에 차린 술집 이름이 알제리라는 점은 더욱. 가고 싶다, 알제리(라는 술집).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7/12/31 02:18 # 답글

    오오~ 이 책(도) 찜! ㅋㅋㅋㅋㅋ
  • 취한배 2017/12/31 12:06 #

    칭찬을 엄청 많이 듣고 있더라고요? 사다리 님도 재미있게 있으시면 좋겠네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