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메아리 NoSmoking

빅뱅의 메아리 - 10점
이강환 지음/마음산책

 

“당신이 만일 종교를 믿는다면 이 결과는 마치 신의 얼굴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128)


미디어가 좋아할 만한 카피를 생산해낼 줄 아는 조지 스무트의 멋진 말이다. 스무트는 우주배경복사의 흑체복사 형태와 비등방성을 발견한 공로로 2006년 존 매더와 더불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이다. <빅뱅의 메아리>가 소개하는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은 과학자이기도 해서 기억에 잘 남는다. 1992년 스무트가 속해있던 그룹에서 쏘아올린 코비COBE가 검증해낸 사실은 매끈한 우주 흑체복사(기립박수). 곧 이어 보여준 신의 얼굴은 이랬다.

129쪽


신의 얼굴은 다름 아닌, 알록달록한 달걀로써…… 우주 ‘태초의 빛’이다. 우주에 매우 고르게 퍼져 있으면서도 온도가 ‘완벽하게’ 같지는 않아야 한다는 가설을 입증한 셈으로 저 알록달록 무늬, 미세한 온도 차이 형태가 빅뱅 우주론을 빼박으로 만들었다. 과학과 기술 발전에 힘입어 달걀의 무늬는 더 섬세해질 터다. 조지 스무트와는 또 다른 이유로 선명하게 기억되는 과학자 데이비드 윌킨슨이 속한 더블유맵WMAP 프로젝트의 10여 년 후 업데이트 버전은 이렇게 된다.

164쪽


책 표지의 달걀 되겠다. 이렇게 쓰고는 있지만, 사실 좀 많이 감동했다. 알록달록한 달걀이 그냥 알록달록한 달걀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다. 과학자들의 노고와 이야기들이 드라마와 다르지 않다. 등장인물(과학자들 말이다)이 그렇게까지 많지 않은 만큼 이름을 기억해가며 읽으면 더 흥미로울 듯하다. <우주의 끝을 찾아서>와 겹치는 부분도 꽤 되지만 해롭지 않은 복습이다. WMAP에서 또 10여 년 후 플랑크PLANCK가 데려온 사진까지 보자. 

206쪽


‘우주배경복사 끝장내기’가 플랑크 챕터 제목. 이 아름다운 달걀에서 우주의 나이와 우주 물리량을 계산할 수 있다는 사실, 믿어지는지. 믿슈미다, 신은 플라잉 스파게티 몬스터FSM가 아니라 달걀이었다는…… 게 아니고. 


플랑크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이고, 암흑에너지의 비율은 WMAP의 71.4퍼센트보다 약간 줄어든 69.2퍼센트다. (…) 허블 상수도 WMAP의 71km/s/Mpc보다 조금 줄어든 67.8km/s/Mpc로 결정되었다. 암흑에너지의 비율이 줄어듦에 따라 암흑물질의 비율은 24퍼센트에서 25.9퍼센트로, 보통 물질의 비율은 4.6퍼센트에서 4.9퍼센트로 약간 늘어났다. 이 값들은 현재까지 우주배경복사로 관측한 우주의 물리량으로는 가장 정확하다고 여겨진다. (210-211)


물론 프레드 호일 같은 과학자는 죽을 때까지 정상 상태 우주론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호일 밑에서 배운 로버트 윌슨은 빅뱅 이론을 입증하는 우주배경복사를 처음 관측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까지 했다. "나는 정상 상태 우주를 훨씬 더 좋아했다. 철학적으로는 아직도 이쪽이 더 좋다."(62-63)고 회상하는 윌슨, 그러나 과학적으로 검증되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무척 고무적이고 감탄스럽다. 진정한 과학의 쿨함이겠다.


코비 프로젝트에서 조지 스무트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애썼던 척 베넷은 WMAP 프로젝트에서도 활약하는데 프로젝트의 상징적인 이름을 지은 일화도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감동은 앞에 붙은 ‘W’에 있고 재미는 뒤의 ‘MAP(Microwave Anisotropy Probe)’에 있다. 감동을 전하기에는 역부족. 재미만 옮겨보자.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단순히 우주배경복사를 관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 하늘의 우주배경복사 ‘지도’를 그리는 것이었다.’(148)


“완벽한 이름이었어요. 한 가지 작은 문제는 비등방성anisotropy이라는 단어의 뜻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심지어는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모른다는 것뿐이었죠.” (148)


anisotropy 1.비등방성 2.이방성(다음 어학사전) 발음은 이렇다.
미국[ænàisətrάpi/-trɔ́p-]
영국[ænàisətrάpi/-trɔ́p-]


무식한 고백을 하자면, 우주론에서 그놈의 양자역학이 왜 등장해야 하는지가 가장 궁금한 점이었다. 아인슈타인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했고 스티븐 호킹은 ‘누가 슈뢰딩거의 고양이 얘기를 하면 나는 총을 찾는다’고 말했다는 등의 일화를 들으며 은근히 즐거워했던 바. 우주 같이 큰 규모를 다루면서 눈에도 보이지 않는 입자물리학이 웬 말? 하는 식으로. 그런데, 마침내, 친절한 <빅뱅의 메아리>에서 답을 보았다.


 

안알랴줌. 직접 보시길 적극 권한다. 아마도 2쇄에서는 못 볼, 101쪽의 아주 작은 오타 하나를 박사님께 알려드린 건 소중한 비밀+뿌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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