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해부 Smoking

죽음의 해부 
로렌스 골드스톤 지음, 임옥희 옮김/레드박스
 

의학 스릴러이자 팩션. 19세기 말 존스홉킨스 병원 창립 시기가 배경이다. 과학적으로나 위생상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던 때이기도 하고 그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과 보수적인 의식도 많았던 시기. 저명한 의사들 중 코카인을 자기 몸에 실험하다가 중독자가 되어 버린 홀스테드가 가장 눈에 띈다. 그뿐 아니라 표지에 실린 그림을 그린 화가 에이킨스도 몸소 출현한다. 등장인물 중 많은 이가 실재했던 사람이고 시대상도 마찬가지.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에는 허구를 가미했음을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셜록 홈스를 언급하면서 첫 장을 시작한다. 그러니까 주인공 자신 홈스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그래서 추리물이 펼쳐지리라는 암시. 홈스가 코카인을 종종 자가 처방했다는 점에서는 연결이 잘 되기도 한다. 병원과 시체안치실, 해부수업, 밀거래 임신중절, 코카인까지, ‘스릴’에 맞춤한 온갖 재료가 섞였음에도 희한하게 긴장감이 없다. 많은 자료 조사와 연구를 했을 텐데 논픽션으로 썼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이들보다 조금 앞선 시기 해부학자를 다룬 빌 헤이스의 『해부학자』 같은 작품은 소설이 아닌데도 훨씬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밍밍한 와중에 의미는 또 없지 않아서,


그럼에도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걸쳐 일어난 의료계의 논쟁, 해부를 둘러싼 종교계와 의학계의 갈등, 생명윤리를 둘러싼 혼외임신과 임신중절의 문제, 나아가 미술계의 누드 논쟁, 지하세계의 마약거래 등 당대의 보수적이고 부패한 상류사회와 의료산업이 어떻게 뒤섞여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542, 옮긴이의 말)


원제 『The Anatomy of Deception』을, 역자는 ‘사기의 해부’라고 옮겼던데 deception, 프랑스어로는 ‘실망’이나 ‘환멸’이 먼저 떠오르는 단어다. 그토록 존경하여 아버지 삼고자 했던 이에 대한 환멸이나 상류층의 위선에 대한 실망으로 보자면 마침맞은 제목 같기도 하다. 앞날개 작가 소개, ‘독서광이자 고서 컬렉터인 로렌스 골드스톤은 부인과 함께 톨스토이의 『사랑과 전쟁』초판본과 디킨스의 책을 구하기 위해 고서점을 뒤지면서 일어난 좌충우돌 모험담을 책으로 펴내 단번에 스타 작가로 떠올랐다.’ 그 모험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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