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Smoking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현대문학


온다 리쿠 처음 읽는다. 피아노 이야기라기에 얼마 전에 읽은 <양과 강철의 숲>이 그리워지기도 했고, 꾸준히 쓰는 작가라 언젠가는 만나야 하지 싶어, 잘나가는 책에 나까지 한 술 얹었다. <양>과는 표지도 비슷하면서 서점대상을 받은 경력도 같다. 2016년이 양, 2017년이 꿀벌. 일본 서점에서는 피아노 조율사가 먼저 다녀가더니 천재 연주자들이 이어 온 격이겠다. 꿀벌은 나오키상까지 수상한 모양이다. 나오키상으로 치자면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와도 태그가 겹친다. 2016년이 이발소, 2017년이 꿀벌. 음. 일본 문학상 잘 모른다. 거기에 아쿠타가와상까지 보태 보아도 대중성 외에 다른 특색을 잘 모르겠다. 대중성을 폄하하는 게 아닌 게, <꿀벌과 천둥>에서 ‘낭만’이 뭔지 고민하는 마사루의 생각에서 해답을 본 듯해서다. 평이하게 잘 들리는 곡이나 쉽게 잘 읽히는 글에 사실은 엄청난 힘 조절이 필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여력과 절제라고 해도 될는지. 


연구 결과 ‘낭만적인’ 소리는 다분히 여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군더더기 소리를 내지 않으려면 근력이 필요하다. 발소리를 내지 않으려면 다리에 힘을 주어야 한다. 테이블 위에 컵을 내려놓으려면 컵을 쥔 손을 허공에서 딱 멈추고 지탱할 힘이 필요하다.
낭만적인 소리를 내려면 강인한 파워가 필요하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것은 곧 ‘어른’이라는 존재가 갖춰야 할 요건이기도 하다. (467)


어른이라는 존재가 갖춰야 할 요건이 강인한 파워라고 말하고 있는 이이는 젊은 천재다. 천재 주제에 범(凡) 어른을 일컫다니, 흥. 기본적으로 천재들 얘기이긴 하나 타고난 천재, 노력형 천재, 범인(凡人)들이 골고루 등장해 콩쿠르의 긴장감이 잘 전해진다. 천재들 심리와 음악을 이렇게나 잘 묘사한 저자 자신 적어도 노력형 천재는 되지 싶다.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에서 '계략으로 가득한 이야기'(469)를 본다거나 음악 자체를 건축물로, 때로는 풍경으로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굉장한 노력이 돋보인다. 어떤 음악을 집중해서 들을 때 오는 유체이탈 경험까지도 적나라하다. 무엇보다 로맨스가 없어서 좋다. 왜지……? 심술은 아니고, 한번 아니었다면 아닌 상대인 거다. 사랑이기도 한데, 이것은 음악과 피아노 콩쿠르에 대한 사랑 이야기.


“음, 꽃꽂이는 음악하고 비슷하네요.”
“그래?”
진이 가위를 다다미 위에 가만히 내려놓고 팔짱을 꼈다.
“재현성이라는 점이 꽃꽂이하고 똑같이 찰나에 지나지 않아요. 이 세상에 계속 붙잡아놓을 수는 없죠. 언제나 그 순간뿐, 금방 사라지고 말아요. 하지만 그 순간은 영원하고, 재현하고 있을 때는 영원한 순간을 살아갈 수 있죠.” (500)




겉옷 벗으면 꿀벌, 아니 벌꿀색 하드커버.



11월 첫 주문이 이랬다. 달력 <산책> 그림이 다달이 하나같이 예쁘다. 가을 타려고 주문한 커피도 가을 블랜드인데, 오! 묵직하니 맛있고 취향에 맞아! 베케트 포장 때문은 아니라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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