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NoSmoking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 10점
마스카와 도시히데 지음, 김범수 옮김/동아시아


조곤조곤 강연을 들은 것 같다. ‘타락한 권력과 무책임한 과학이 만났을 때’가 부제.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마스카와 도시히데가 썼다. 폭주하는 아베 총리 시대에 경각심을 가질 만도 했겠다. 소위 평화헌법 9조에 손을 대어 전쟁 할 수 있는 나라로 가려는 분위기 말이다. 과학자로서 오래전부터 가져온 신념이 작은 책에 꾹꾹 담겼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나고야 대학에는 ‘평화 헌장’이 있단다. ‘1980년대 초 아직 세계가 냉전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 나고야 대학의 학생과 교원 들이 평화라는 것은 무엇인가, 전쟁은 무엇인가를 몇 년에 걸쳐 뜨겁게 토론한 끝에 1987년 제정한 맹세’(116)라고. “전쟁 수행에 가담하는 잘못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 “어떤 이유라도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 연구와 교육을 따르지 않는다”(116) 멋지다.


평화운동과 연구를 병행하는 과학자이니 이런 책도 쓸 수 있었겠다. 역사적으로 비슷한 경우가 없지는 않아서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이나 퍼그워시 회의도 소개해 준다. 후자는 1995년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또 그와는 반대 경우, 독가스 발명가와 맨해튼 프로젝트, 제이슨에 참여했던 과학자들 얘기까지도 단편적이나마 볼 수 있었고. 특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실제로 떨어질 원자폭탄을 만들어내게 되는 맨해튼 프로젝트 조력자 레오 실라르드와 유진 위그너는 바로 <야밤의 공대생 만화>에서 뵈었던 얼굴(?)들이라 반가웠다.


<야밤의 공대생 만화> 126쪽



맨해튼 프로젝트 이후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같은 과학자는 속죄 의식을 갖게 되고 아인슈타인은 핵무기 폐기+평화 운동에 나선 반면 저 사람 좋게 생긴 유진 위그너는 베트남전에서도 ‘활약’한다. 비밀조직 제이슨JASON을 구상하고 제안했다는데 한 마디로 베트남 사람들을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죽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엘리트 과학자 집단이었다고. 이후로도 쭉 미국의 원자폭탄 연구 정책에 협력했단다. 천재들…… 의미 없다. ‘뭐가 중헌지’를 또박또박 일러주는, 쉽고 착한 책이다. 우리보다야 훨씬 낫겠지만 일본 과학계도 ‘선택과 집중,’ 투자와 연구비 등의 문제가 심각한 모양인데 이런 목소리를 내어주는 과학자, 당사자가 있어 참 좋다.


저는 과학이 늘 중립이라고 말합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단지 새로운 물질이나 현상을 발견한다든지, 그것을 응용하는 기술이 진화하는 것일 뿐입니다. 다만 과학을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과학의 사회적인 역할을 생각할 때 진면목이 나오는 것입니다. 인류에 복리를 가져올지, 아니면 해를 입힐지 그것은 전적으로 인간이 어떻게 과학기술을 사용할까에 달려 있습니다. (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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