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지평선 Smoking

잃어버린 지평선 - 6점
제임스 힐튼 지음, 이경식 옮김/문예출판사


1933년 작. 한번 가봤으나 다시 찾을 수 없는 낙원 이야기로 보자면 알랭 푸르니에의 <대장 몬느>(1913)와 비슷한가도 싶다.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모험으로야 <대장 몬느>를 못 따라가지만. 샹그리라Shangri-La라는 단어에 빚진 느낌으로 숙제 했다. 이상향, 지상 낙원, 은신처. 사전에 이미 존재하는 단어에 부채감씩이나 갖다니. 그러나 사전 등재 단어를 만들어낸 작품이라면 아우라가 있는 것도 사실일 거다. 샹그리라에서는 장수를 누리며 유유자적 예술을 향유하고 원하면 연구에 매진할 수도 있겠는데, 거기에 더해 주인공은 ‘선택된 자’이기도 하단다. 아 부담스러워. 그림 같은 자연이 배경인데도 이상하게 내가 느낀 건 폐소공포. 아니나 다를까 샹그리라와 외부 세상 중 어느 쪽이 감옥인지를 묻는 장면도 나온다. 샹그리라를 감옥으로 여기게 되는 내가 이상한 걸로 하자. 아우라.


이상한 독자가 된 김에 계속해 보자면, <잃어버린 지평선> 독후감에서 오리엔탈리즘을 얘기하는 것 또한 지나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동양에 대한 신비감을 환상성으로 포장한 감도 없지 않다. 모르면 비하하거나 이상화한다. 잘 포장된 무지나 무시. ‘에그조틱exotic’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맥락일 텐데, 동양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 내게는 서양인의 동양 이상화가 비하만큼이나 마음이 가뿐하지 않은 이유다. 빚 갚고 나니 별로 쓰고 싶지 않은 단어가 됐다. 샹그리라를 쓸 자리에 그냥 유토피아라고 쓰고 말겠다. (유토피아라는 단어로 불편할 사람 없겠지?) 게다가 나는 샹그리라보다 상그리아(산그리아)sangria를 훨씬 더 좋아한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는 앞날이 대단히 매력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긴 고요하고 평온한 나날. (…) 실상 근육이나 욕망의 강도는 없어지겠지만 그것을 메울 만한 것을 얻을 수가 있어요. 즉 깊은 고요함, 원숙한 예지, 명석한 추억의 매력 등을 얻게 될 것이오. 그리고 무엇보다 귀중한 것은 ‘시간’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 당신들 서구의 국가들이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상실해버리는 그 귀중한 보물 말이오. (199)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7/11/01 16:35 # 답글

    포스팅 읽으면서 저도 배님이 쓴 마지막 문장, 생각하고 있었어요ㅋㅋㅋ 샹그리라보단 상그리아지, 막 이러면서. 사실 제대로 마셔본 적도 없으면서요 ㅋㅋㅋㅋㅋ
  • 취한배 2017/11/01 23:10 #

    오 그래용?ㅋㅋㅋㅋ 요즘은 다 만들어진 상그리아도 팔더라고요? 한번 마셔보세요. 달달하니 빈속에 가볍게 마시기(취하기) 좋아요! 희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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