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의 힘 NoSmoking

SF의 힘 - 8점
고장원 지음/추수밭(청림출판)


렘은 기존의 영미권 외계인 이야기들이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머지 앞서 예시한 3가지 유형 가운데 하나밖에 생각하지 못한다면서 자신이 생각한 새로운 유형을 하나 추가로 제시했으니 그것은 다음과 같다.
4. 인류와 외계 지성이 조우했을 때 서로에게 철저히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거나, 반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상호 의견교환이 불가능한 경우. (277)


<솔라리스>는 소더버그 버전과 타르코프스키 버전 영화를 다 보았으나(기억은 다른 문제) 정작 책으로는 읽지 못했다. 스타니스와프 렘 번역서 모두가 품절/절판인 형편에서 늘 이런 메타북에서만 보게 되니 안타까움과 조바심이 더하다. 어쨌거나 인류가 외계 지성을 만났을 때 유형이 1.협력+평화 2.우주전쟁+인류승 3.우주전쟁+외계인승(272)의 빤한 카테고리에 묶이지 않는 상호 무관심을 제시한 ‘쿨함’이 인상적이다. ‘(렘은) 주인공 일행이 미지의 존재를 진정으로 이해할 국면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 결과 남는 것은 인간이 우주 속의 보잘 것 없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해주는 무력감뿐이다.’(275) 기기묘묘한 분위기만 어렴풋 기억에 남아 있는 <솔라리스>가 활자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무척 궁금하다. 몇 년째 보관함에 들어 있는 표지들, 빛 좀 쐬자.


 


아시모프가 <파운데이션> 시리즈에 외계인을 하나도 등장시키지 않은 이유와 뒷이야기 재미있었고, <슈퍼맨>을 왜 ‘SF의 힘’에서 읽고 있어야 하지? 했다가, 과학소설과 판타지소설을 구분 짓는 설명에는 밑줄 그었다.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스타워즈>의 단순한 선악 이분법 구조와 ‘선택받은 자’ 설정이 SF보다 판타지에 가깝다는 얘기에는 완전 끄덕끄덕. 인공지능, 유전공학, 우주개발, 세계화, 세계의 종말, 다른 존재, 금기의 위반, 유예된 죽음, 극단적 상상, 현대의 신화가 10개의 장을 이룬다. 부제는 ‘미래의 최전선에서 보내온 대담한 통찰.’ 대담한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롭게 잘 읽히는 양서. 보관함도 살짝 불었다. 추석 연휴 중에 읽었는데 리뷰를 이제야 쓰려니 역부족이다; 급끝.


일반적으로 SF영화의 뿌리이자 곧잘 영감을 주는 원천 콘텐츠인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은 ‘변화의 문학’이라 일컬어진다. 이유는 명쾌하다. 과학소설은 과학기술이 사회와 문명 그리고 나아가서는 인간 자신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를 살피는 ‘가치전복의 문학’이기 때문이다. (…) 반면 판타지는 과거의 질서를 다시 복원시키려는 소망이 담긴 이야기literature of longing다.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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