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대기 Smoking

화성 연대기 - 8점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샘터사


《화성의 타임슬립》(1964, 필립 K. 딕)에서 보았고, <화성의 왕궁에서>(1970년대, 《캔자스의 유령》, 존 발리)에서 보았고, 《마션》(2014, 앤디 위어)에서 보았고, 논픽션《화성 이주 프로젝트》(2015, 스티븐 L. 퍼트라넥)에서 보았고, 또 멀리서는 《공룡과 춤을》(1994, 로버트 J. 소여)에서도 보았다. 화성 말이다. 이중 어떤 것도 브래드버리 《화성 연대기》와 닮지 않았다. 어쩌면 브래드버리가 SF에서 독보적이랄 수도 있겠는 나열이다. 소박한 과학에 판타지 가득. 꿈과 위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독과 우울.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오마주가 등장하는 걸로 보아 ‘우울과 몽상’이라고 해도 되겠다. 오늘 포털 다음에 <머니투데이>발 기사. ‘머스크, 7년 후 화성 간다.’ 머스크의 화성은 또 어떻게 다를까. 이것이야말로 브래드버리 《화성 연대기》의 프리퀄이 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말했듯,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편집 《멜랑콜리의 묘약》, 《온 여름을 이 하루에》가 아작 출판사 새 옷인데-미안하지만-헌옷 같은-표지를 입고 나온 상황에서야 비로소 브래드버리 대표작을 읽었다. 《일러스트레이티드 맨》과 무관하지 않은 단편이 간간이 끼어 있어 반가운 마음이 더하다. 예컨대 《화성 연대기》<하늘 한가운데 난 길로>는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역지사지>의 전(前) 이야기로 읽힌다. <역지사지>에서 화성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흑인들이 그려진다면, 그들이 지구를 떠나는 모습이 <하늘 한가운데 난 길로>다. 흑인들이 정착한 화성 <역지사지>에서 흑인을 여성으로만 바꾸면 《혁명하는 여자들》 표제작 조안나 러스의 <그들이 돌아온다 해도>와 거의 같다. 그러니까 브래드버리 역시 현실 고발이나 풍자를 SF 안에 다분히 담고 있다는 얘기이겠다. 과학소설이든 환상소설이든 좋은 문학은 현실, 지구, 인간을 반추하게 한다.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도시>와 비슷한 분위기 작품이라면 《화성 연대기》에선 <부드러운 비가 내리고>인데, 이 역시 참으로 좋다. ‘인간 이후’랄까, 사람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으면서 홀로 남은 집 한 채와 집을 이루는 기계, 로봇들의 변함없는 일상만으로도 우수가 뚝뚝 듣는다. 아 외로워. 박상준 대표의 탁월한 추천사가 책 앞을 장식하고 있어 덧붙일 말은 더 없다. 다만 7년이 흘렀고 그 사이 브래드버리 작가는 명을 달리했다. 한 우주가 소멸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태양을 돌고 있다는 ‘9766 브래드버리 소행성’(5)보다, 오히려 화성에 가면 브래드버리 옹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이가 그린 화성처럼, 그이가 남긴 작품처럼. 머스크 팀이 가져올 ‘화성 연대기’ 기대해본다. 새 옷인데-미안하지만-헌옷 같은-표지를 한 두 단편집까지 갖고 싶게 됐다. 제목부터 멋져. 이미 보관함에 들었다.


“나는 항상 화성인이 보고 싶었어요. 화성인 어디 있어요, 아빠?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저기 있다.”
아빠는 마이클을 어깨에 태우고는 똑바로 아래를 가리켰다.
그곳에 화성인들이 있었다. 티머시의 몸이 살짝 떨렸다.
화성인들이 거기에, 운하에, 물에 비치고 있었다. 티머시, 마이클, 로버트, 엄마 그리고 아빠.
화성인들이 티머시네 가족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찰랑거리는 물에서 아주 오랫동안 말없이……. (398-399, <2026년 10월, 백만 년짜리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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