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진짜 아이들 Smoking

나의 진짜 아이들 - 10점
조 월튼 지음, 이주혜 옮김/아작


다 읽고 보니 총 400여 쪽밖에 되지 않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 두 가지로 나뉘어 뻗어가는 이야기, 네 세대가 등장하는 가운데 작가는 온갖 형태 삶을 모조리 전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태어나 성장하면서 새로 나타나는 이름들이 순식간에 늘어나도 누가 누구인지 전혀 헷갈리지 않는다. 각각 분명한 개성과 캐릭터 힘이겠다.


결정적인 선택(하기야, ‘결정적’이지 않은 선택이 어디 있겠느냐만) 순간, 패트리샤는 ‘아니’라고 답한 팻과 ‘응’이라고 답한 트리샤로 나뉜다. 각각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낳고 일하고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성장하고 늙어가고…… 기억을 잃어간다. 90년 인생, 두 가지 삶 모두 충만하고 내게는 아름다웠다. ‘응’ 또는 ‘아니’로 전개되는 두 생에서 많은 부분이 달라질지는 모르지만 ‘응’과 ‘아니’에 책임지는 패트리샤가 ‘진짜’이기에.


핵전쟁과 달기지 등 살짝 비튼 사실(史實)과 비트겐슈타인, 튜링, 피터 가브리엘 같은 실제인물이 깜짝 등장하는 장면에선 재치가 넘친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작가 의도였다면 성공했다. 또한, 내가 읽은 책들 중 포도주가 가장 혐오스럽게 등장하여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포도주를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맥주를 마셨다.) 무엇보다,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웃음과 눈물을 번갈아가며 선사하는 조 월튼, ‘나의 진짜 아이들’이다.


집안에 들어갔다 온 캐서린은 왠지 울적해 보였다. “할머니는 괜찮으시니?” 트리시가 물었다.
“예.” 캐서린이 말했다. “창가에서 햇볕을 쬐고 계세요. 책을 읽는 척하고 계셨지만, 거꾸로 들고 있었어요. 닭고기는 맛있게 드셨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아주 이상한 말을 했어요. 제가 누군지 기억은 안 나지만, 저를 사랑한다는 것만은 확실히 기억하신대요.” (244)



https://www.youtube.com/watch?v=SZQIfEN_p2A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7/10/01 22:43 # 답글

    <타인들 속에서>의 그 작가네요? 이 책도 주섬주섬....
  • 취한배 2017/10/02 01:33 #

    <타인들 속에서> 읽으신 사다리 님. 둘 중 뭘 읽을까 보다보니 아작 출판사 자신이 대표작으로 이 책을 걸어놨더라고요? 그래서 낙점했는데 정말 좋더군요. 저도 강추합니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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