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 강철의 숲 Smoking

양과 강철의 숲 - 8점
미야시타 나츠 지음, 이소담 옮김/예담

 

양털 해머로 강철 현을 때린다. 그것이 음악이 된다. (뒷면지)


‘강과 양철의 숲’이라고 썼다가 얼른 고친다. 양과 강철의 숲. 제목에 관해서라면, 발췌문이 답을 준다. 그래, 피아노다. 친숙하게 건반악기라고 부르지만 뚜껑만 열어보면 금세 현악기 정체가 드러나는 타현악기. 때리는(타) 해머가 양털, 울리는 줄(현)이 강철. 하나 남았다, 숲은?


“왜 그러시죠?”
그의 질문에 나는 대답했다.
“아까보다 더 또렷해졌어요.”
“뭐가 또렷해졌나요?”
“이 소리의 경치요.” (015)


직접적으로는 피아노를 이루는 나무를 주기도 할 터이고, 비유적으로는 주인공이 음악에서 보고 듣고 냄새 맡는 아름다움, ‘소리의 경치’쯤 되겠다. 피아노 연주자나 평론가가 쓴 뛰어난 책들은 꽤 보았지만 조율사가 등장하는 소설은 처음이다. 내가 직접 겪은 조율사는 30년도 더 전에 딱 한 번 본 게 다인데…… 이 얘긴 나중에. 주인공이, 좌절한 피아노 신동도 아니고 특별히 예민한 귀를 가진 이도 아닌 점이 무엇보다 멋지다. 큰 사건이나 로맨스 없다. 아니, 있나?


특별히 귀가 좋지도 않고 손끝이 여물지도 않고 음악적 소양이 뛰어나지도 않다. 무언가를 타고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다. 그저, 그 까맣고 커다란 악기에 매료되어 여기까지 왔다. (226-227)


‘생의 화두가 연애’(이은규)라고 했을 때 마침맞을 매료다. 피아노를 향한 사랑과 성장. 나 혼자 로맨스소설이라고 부르련다. 좋아서 하는 일에 재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기조를 만나서 반가웠을까. 좋아하는 능력이 곧 재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다. 노력이라고 여기지 못(안)하는 노력이 이어지는 중에 이력이 붙는다. 이끌어주는 선배도 있고 따라올 후배도 생길 참이다. 로맨스, 아닌가?


‘일본 서점대상’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뜬금없지만 황교익 씨가 설명하는 평양냉면, 강한 맛이 없으니까 심심한 맛과 내 미각에 집중하게 된다는 내용이 떠오르더라. 일본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미식 취향 믿어도 좋겠다. 맵고 짜고 단 책들이 수두룩한 출판계에서 조미료 없이 밍밍하니 소박한 맛.


내가 직접 겪은 조율사는 30년도 더 전에 딱 한 번 본 게 다인데, 즉흥 피아노 연주까지 훌륭했다. 주눅 들어, 그 자리에서 나는 건반 하나 건드리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숲 냄새 따위 맡진 못했던 모양이다. 책을 덮고 바흐+구노 <아베마리아> 피아노 솔로를 찾아 듣는다. 국민학교 2학년 피아노 발표회에서 내가 쳤던 곡이다. 그때는 악보를 어떻게 소리로 옮겼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RNxz_sUEH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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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정윤성 2017/08/26 22:24 # 답글

    저도 아주 재밌게 읽었어요. 누나가 나름 피아니스트라 저도 피아노의 영향을 좀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조율사가 되어 피아노와 음악에게 평생 사랑을 바칠 수 있다는 발상은 해본 적이 없어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피아노와 관련한 저의 가장 짙은 기억은 계란 한 판의 종이 받침들을 모아서 피아노 방에 방음벽을 치던 것이긴 합니다만. 집이 아파트였다보니.
    누나에게도 조율사에 대한 소설이 나왔다고 이야기를 해줬는데 "조율사 그거 여기저기에 연줄 없으면 못 하는 드러운 거야."라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하여간 현실이란ㅜㅜ
  • 취한배 2017/08/27 21:36 #

    아 계란 판 방음벽. 쌍둥이 피아노 방의 두꺼운 커튼과 카펫 묘사를 보시면서 계란 판을 벽에 붙였던 생각이 났겠어요.ㅎㅎ 그러고 보니 <이웃집은 한밤중에 피...>리뷰에서 정윤성 님 계란 판 사연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확인하고 왔습니다;ㅎㅎ)
    현실 얘기를 들으니 과연, 이 책 조율사의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는 '소설'이라 재밌었던 걸까요. 힝. 평양냉면에 알고 보니 조미료가 듬뿍 들어갔더라, 하는 환멸 느껴버렸습니다. 흙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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