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속도 Smoking

어둠의 속도 - 10점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북스피어


‘정말 잘된 제목은 이야기의 구성 요소 및 토대와 점점 더 공명하기 시작’(570)한다는 작가의 말마따나, 잘된 제목이자 최고로 멋진 제목이다. 초속 5밀리미터 정도 될까 싶은 ‘슬금슬금’이나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이라고, 제목에 대한 답을 속으로 말해보고 책을 펼친다. 어둠이 빛보다 먼저 있었으니 어둠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더 높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우리의 주인공 루를 포함해서, 온통 매력적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슬쩍슬쩍 드러나는 ‘SF적인’ 장치가 작가의 낙관적인 미래관에 맞춤한 정도라고 할까. 범죄자의 ‘문제적’ 뇌를 아예 조작해버린다는 설정은 조금 무서웠지만, 근미래 사람들의 선함은 참으로 따뜻하고 멋지다. 장애인를 대하는 태도나, 자폐인의 고용환경 같은 것들. 장애인을 가까이 두고 있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섬세한 맥락들이 무척 좋다. 한 예로, 장애인 친구와 동행하다보면 나를 당연히 보호자 취급하고, 친구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 양 나를 거쳐  친구의 의사를 타진하려는 사람들을 쉽게 만나곤 하는데,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이런 상황들이 잘 묘사된다.


내 미래를 결정하는 건 ‘내’ 고민을 거친 ‘내’ 선택이라는 점, 각각의 개성과 취향과 장애를 가진 개인들 모두. 이런 작품이 네뷸러 상을 받아서 참 기분 좋다. SF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실용주의에 입각해 다수와 다른 ‘특별한’ 이를 배제하고자하는 사회를 어떻게 고발하는지, <프랑켄슈타인>으로부터 도도히 이어져 오는 SF의 넓은 품, 많은 독자들이 향유했으면 좋겠다. SF가 벽이 아니라 문이 될 수도 있음을, 과학의 발달과 함께 오는 따뜻한 인간성 진보를 제시하는 문학으로의 문. (작가가 엘리자베스 ‘문’이기도 하군.)


“나는 나 자신이기를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 나는 내 말이 사실이기를, 내가 내 진단명 이상이기를 바란다. (435)



필라이트의 싱거움



핑백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옆집의 영희 씨 2019-02-07 02:37:37 #

    ... 옆집의 영희 씨 - 정소연 지음/창비&lt;어둠의 속도&gt;와 &lt;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gt; 옮긴이로 만났다가 창작 작품집으로 만난다. (&lt;허공에서 춤추다&gt;는 책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 more

덧글

  • 2017/08/22 04:40 # 삭제 답글

    장애인이 아니라면, 장애인을 곁에 두고 있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그 섬세한 맥락이 저는 언제나 다가갈 수 없는, 가질 수 없는 그것인데요. 분노하지 않으면서 무심하지 않으면서 다가가기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모든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것처럼 말이죠. 요즘 왜케 이런 게 어렵지? 예전엔 제일 쉬웠는데 말이죠. 아무튼 이 책도 보관함으로..
  • 취한배 2017/08/24 00:35 #

    우리가 평소 함께 어울려 지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겠죠. (변명은 뭐라고 하든, 비장애인 편의상) 격리해왔고, 소위 장애인 '시설' 이라면 혐오장소가 되어왔으니까요. 말씀하신 내용 중에 '무심하게'가 가장 적절한 태도 아닐까 싶은데요. 장애인들도 성격이나 개성이 각자 다르고, 좋은 사람 싫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는 점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잖아요. 과도한 친절 아니라, 도움을 청할 때 도와주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함께 사는 지구인으로요. 장애인이 살기 편한 세상이라면 비장애인은 더 살기 편한 세상 아니겠어요. (단편적인 예로 장애인들이 온몸 바쳐 투쟁해 이룬 지하철 승강기는 요즘 비장애 어르신들이 애용하셔요들.ㅎㅎ)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