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 NoSmoking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 
닉 켈먼 지음, 김소정 옮김/푸른지식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살인은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만약 사람을 살해하면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사람이라고 믿을 것이다. (204)


안드로이드 화자가 후배 안드로이드에게 남기는 지침서. 어떻게 하면 더욱 인간스러운 모습을 취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바탕체로 된 22일간 일지는 소설 같고, 고딕체로 된 ‘인간 관찰 보고서’는 말 그대로 인간을 관찰하며 남긴 기록으로 '미래 로봇이 알아야 할 인간의 모든 것'이란다. 50여 년 전 피에르 불의 <혹성 탈출>에서 유인원으로부터 관찰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로봇으로부터 관찰 당하는 설정, 시기상 매우 그럴싸하다. 다만 일지-소설은 좀 후졌고 관찰 보고서는 참신한 맛이 없다.


참신한 맛이 없다? 우리를 우리에게 설명해주니까 당연하기도 하겠다. 극히 제한적인 감각 수용과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가진 주제에, 하는 짓이라곤 고작 비효율적인 노동. 돈의 노예인데다 짝짓기나 신경 쓰며 이기적이고 경쟁을 일삼으며, 중독에, 폭력에, 반칙에, 위선에, 자기 파괴욕망…… 인간, 너 자신을 좀 돌아보아라. 겨우 이 따위 존재임을, 이라고 말하고 싶었다면 그래, 참신할 수가 없을 터다.


안드로이드가 쓴 긴 한 편의 블랙 유머. 심각하게 읽으면 지는 거다. 지는 거다? 이겨서는 뭐하게? 그냥 ‘이런, 이게 바로 나야.’ 라고는 하지만, 그리고 통계상 인간을 그려보이고는 있겠지만, 보수적인 인간관이 불편한 점 없지 않다. 다만, ‘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 전부는 고사하고 단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상태도 무한하기 때문에(카오스), 한 사람만 연구해도 끝이 없는 거야(프랙탈).’(26)라고 말해주는 장면은 고맙기까지 했다고만 쓰자. 아름다운 문장이 없었던 건 아니어서, 마지막 긴 발췌.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우리가 인간성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사람들이 석양을 바라보면서 경험하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였어. 매일 찾아오는 석양은 본질적으로는 프랙탈이지만 그 순간순간은 예측이 불가능한 카오스니까. 사람들이 석양을 볼 때마다 황홀해지는 건 그 모습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일 거야.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 인생이, 자기가 속한 사회가 사실은 자신만의 석양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야. 우리 안드로이드에게는 사람을 바라본다는 건 매일매일 저무는 석양을 보는 것과 같은데 말이야. (26-27)




https://www.youtube.com/watch?v=Llf6t6KgQq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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