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키스하게 놔둬요 + 서정2 (황인찬) NoSmoking

우리가 키스하게 놔둬요 
사포 외 지음, 황인찬 엮음, 이성옥 외 옮김/큐큐


시집의 제목은 안토니오 보토의 「소년」(27)에서 따온 모양이다. 제목이 예쁘고 실물로 받아본 책은 더 예뻐서 감동했다. 이 책이 첫 출간인 듯한데, 출판사 이름도 큐큐가 뭐냐, 웃음ㅋㅋ과 울음ㅠㅠ을 섞어놓은 양 귀엽게. 「소년」은 이렇게 끝난다. ‘단지 키스뿐이에요. /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이 있나요?’(28)


작가소개에 의하면 포르투갈 시인 안토니오 보토의 시집은 페소아의 출판사에서 펴냈고 보토가 사회적으로 비난 받을 때 페소아가 지지하고 변호했단다. 멋있다. 솔직히, 본문의 시들보다 뒤에 실린 작가소개를 더 재밌게 읽었다. 서로 격려하거나 동료의 작품을 번역해 자국에 소개하거나 영감을 어떻게 받았다는 식의 일화들이 간략하나마, 숱한 작가들의 전기를 압축해 놓은 것도 같아서.


가장 오래된 사람 사포부터 최근 개정판이 나오기도 한 빈센트 밀레이와, 버지니아 울프 혹은 시싱허스트 정원이 먼저 떠오르는 비타 색빌웨스트까지 총망라, 자신의 사랑에 솔직했던 작가들이다. 각각의 시들은 제목과 본문에 이어 끝에 조그맣게 작가 이름을 달고 있다. 읽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치였다. 이름을 먼저 볼 경우 생길 선입견이 없도록 해 준다고 할까. 달랑 네 편의 시에 덧붙인 주석 또한 아무 표식 없이 책 후미로 돌린 점도, 시 읽기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섬세한 배려로 보였다.


술렁술렁 읽던 본문에서 발견한 이 문장.


사랑이 예전에는 이곳에 있었다
(65, 에이미 주디스 레비, 「새로운 사랑, 새로운 인생」부분)


단정적으로 쓸 수 있는 양태는 과거형 아니던가. 사랑이 예전에는 이곳에도 있었다. 오해에 지나지 않았든, 자기애에 다름 아니었든, 사랑이 있었다. 알고 보니 빌어먹을 나르시시스트였든, 헤어짐의 과정에서 어떤 무례함을 보였든, 있었다. 현재형으로 보관하기가 그토록 힘든 그것. 아마도 그래서 결혼 같은 협약이나 계약으로 묶으려하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나라면 무섭다고 도망갈 그런 다짐을, 시인은 이어서 하더라.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 하지만 마지막이 될 것이다’(66) 현재형으로 붙들어 둘 수 없는 연약함 때문일까, 현재형 동사는 ‘아니다’밖에 없으면서. 오 젠장, 사랑. 큐큐(ㅋㅋ+ㅠㅠ).


트레이싱 페이퍼 겉표지를 벗기면 매끈매끈 속살이 이렇게 예쁘다.


우리가 술 마시게 놔둬요



 

P.S. 7월 달력을 넘기려고 보니, 7월의 시 주인공이 이 책 엮은이 황인찬 시인이었어. 사랑스러운 우연.





덧글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