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책 NoSmoking

여행의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열린책들

 

미안한 얘기지만,
그대는 나를 읽는 동안,
스스로를 어떤 다른 인물이 아니라
그대 자신으로밖에 여길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책이란 그대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거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1)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나를 다시 만나지 못했고 오래 전에 헤어진 베르베르를 만나고 온 것 같은데? 베르베르를 졸업(?)한 지는 꽤 됐지만 중고서점에서 마주친 절판본이라 반가운 마음에 사 읽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정도를 기대했던 것 같다. 여름휴가 여행 철이기도 해서. 찾아보니 <여행의 기술>보다 훨씬 먼저 나온 모양이다. 지금에야 ‘내 방 여행’이나 ‘떠나지 않는 여행’ 같은 말이 퍽 자주 쓰이기도 한다만. 정신의 여행쯤이라고 할지, 베르베르와 함께, 즉 이 책과 함께 떠나는 영혼의 여행이다.


침대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내 몸에서 분리되어 나온 영혼이 베르베르의 안내로 공기, 흙, 불, 물의 세계를 다녀온다. 공간을 뛰어넘고 시간을 거슬러. 내 존재 이전, 지구의 탄생 이전 빅뱅까지도. 단테를 이끄는 베르길리우스 코스프레인가? 때로는 처세술인 듯도 하고. 명상지도 같기도 하다가, 그러는 한편 시시한 시인 듯도 하다. 안내인의 꿈은 크나, 읽고 있는 마음이 열리지가 않는다. 참 이상하게, 고급인가? 하다가도 얼핏 싸구려인데?! 싶은 베르베르다. 이 책 또한 그렇게 애매해서, 일단은 다시 졸업(?)하기로 한다. 예컨대 신간 <잠>은 내 보관함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미안한 얘기지만,' 절판본이라 반가웠던 마음이 멋쩍다. 이런, 재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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