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티드 맨 Smoking

일러스트레이티드 맨 - 8점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장성주 옮김/황금가지


단편보다 장편을 우대하는 출판계에서 영리하게 살아남은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집. 『화성 연대기』가 화성 소재 단편들을 한데 묶은 경우라면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은 한 사람 몸의 문신들이 각각의 단편이다. 장편을 좋아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여서 『화씨 451』을 먼저 만나 좋아했던 레이 브래드버리이기도 한데, 한 작가의 여러 가지 맛을 음미하기엔 단편집만한 것도 없지 싶다. 무서운 맛, 우울한 맛, 씁쓸한 맛 등 대체로 20세기 중반의 현실풍자나 인류문명의 어리석음과 반성 같은 느낌이다. 열여덟 편 중 내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도시」로, 무섭고도 강렬하고 우울해…… 취향인가 보다.


“나는 이제 너희 함장이 아니다. 인간은 더더욱 아니다.”
대원들이 뒷걸음질쳤다.
“나는 도시다.”
함장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나는 2만 년을 기다렸다. 너희 아들의 아들의 아들이 이곳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306,「도시」)


『화씨 451』과 마찬가지로 『일러스트레이티드 맨』도 영화로 만들어져 몇몇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트뤼포의 멋진 영화 <화씨 451>과는 달리 대체로 어두운 화면에 약간은 촌스러운 연출. 글로 읽는 게 제맛이지 싶다. 그나저나 이건 딴 얘긴데, 등에 아름다운 문신이 있어, 보는 사람마다 감동시키다가 결국에는 갤러리에 전시하게 된다는 내용이 어떤 소설에 있지 않았나. 추리물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어느 작품이었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갤러리 주인은 불륜이었던가, 문신 사내는 집도 절도 없는 부랑인이었던가, 가물가물. (아시는 분 귀띔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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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판타지 소설에 가깝지만 서지분류 SF이고 나아가 레이 브래드버리 작품을 ‘서정적 과학소설’이라고 하는 이유를 잘 알게 된다. 14개의 단편 중 「그분」은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에서「그분이 오셨습니다」로, 「백만 년 동안의 소풍」은 『화성 연대기』에서 「백만 년짜리 소풍」으로 만났던 작품이다. 미래 사회에서 혼자 되살아난 시체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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