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Smoking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알레산드로 보파 지음, 이승수 옮김/민음사


같은 제목의 마지막 단편까지를 읽고 나면, 넌 인간이 아니라 한낱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의 ‘넌 동물이야.’가 아니다. 세균에서 다세포 유기체로, 드디어 동물로 진화했을 때의 ‘넌 동물이야!’다. 그러니까, 인간으로서 내려다보는 동물들을 데려다 인간을 비꼰다기보다는 인간 너희도 동물의 한 종류야, 같다.


이야기가 바뀔 때마다 다른 동물이 등장하는데 이름이 모두 비스코비츠다. 멋진 장치.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 즉 탄소 수소 산소 질소로 구성된 유기체 아니던가. 물질의 순환이랄지, 일종의 윤회랄지, 짤막짤막한 작품들의 연속이 주는 느낌이 그렇다. ‘동물의 왕국.’ 동물은 배신을 하지 않잖아요, 누군가는 말했다던데. 멍청한 소리. 배신하고 잔인하기도 하고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는 몹시 이기적이기도 한 세계가 동물의 왕국이다. 바로 인간처럼. 왜냐고? 인간도 ‘동물이야.’


하지만 날이 가도, 달이 가도 평화로운 생활이 계속됐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랐고 학교 친구들을 학살했다. 나와 리우바는 서로를 깊이 사랑하며 이웃들을 살육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지속됐고, 그 참을 수 없는 우울한 행복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없었다. (94,「넌 집게발이 먼저 나가, 비스코비츠」)


전갈-비스코비츠가 저렇듯. 배신이나 잔인함이나 이기심을 억제하고 살 수 있는 능력을 인간적인, 소위 문명이라고 생각해야할 텐데. 같이 지내던 개들을 버리고 도망간 배신은 정작 자기가 저질렀으면서. 이 개성적인 단편집을 읽고 떠올리는 이가 고작 503이라니, 억울하다! 아무튼, 우리의 탄소 수소 산소 질소가 힘겹게 도달한 동물의 지점에서 얻는 마지막 교훈이 이렇다. 슬프다기보다 위로가 되더라. 참, 이상하게도.


“장하구나, 너는 이제 동물이다. 하지만 아직 네게는 배울 게 남아 있단다.”
목소리가 칭찬을 해 주며 말했다.
“들어 보죠. 감수분열? 발효 작용? 개체 발생?”
“죽음이다, 비스코.” (164,「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술이다, 비스코.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7/07/27 11:59 # 답글

    전갈 비스코비츠 진짜 멋졌던 기억이... ^^
  • 취한배 2017/07/27 23:50 #

    제가 전갈자리라 발췌한 건 비밀+추천 고마웠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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