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Smoking

생강 
천운영 지음/창비


휴, 큰 한숨을 내쉬고 책장을 열게 되는 책 있잖은가. <생강>이다. 10년의 잠적 생활 후 자수하여 복역하고 지금은 목사라는 옛날 고문기술자 이야기로 천운영 작가를 처음 만났다. 다락방엔 ‘미친 여자’만 사는 줄 알았더니, 악마도 산다. 악마와 딸이 화자로 번갈아가며 얘기를 들려주는 사이 10년이 훌쩍 지나 있더라. 다락방 악마의 10년은 잠적이고 어린 딸의 10년은 성장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리고 조금 더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그 속에 가진 공포, 불안감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작가 인터뷰 동영상 중)이라는 작가의 말.


불편하고 아슬아슬한 동거 기간 쪼그라들고 있는 악마-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보기로 한 딸이어서, 모르지 않기로 선택한 딸이어서, 그리고 비로소 “엄마, 제발.”(279)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는 딸이어서, 휴, 짧은 숨을 내쉬고 책장을 덮게 되는 책. 시작 때와는 달리 이번엔 안도의 한숨이다. ‘소설은 쉽고, 재밌고, 아름다워야’(작가 인터뷰 동영상 중)한다는 (또) 작가의 말. 이 소설 거의 그렇다. 맵고 쓰고 화하고 언뜻 달기도 한가? 싶은 뒷맛은 에세 아이스 때문이 아니고 생강.


나는 당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몰랐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몰라야만 살 수 있었다. 모르며 살고 싶었다. 당신과 아무 상관없이 살 수 있다고 믿었다. 내가 진짜 몰랐던 것은, 모르는 것이 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234-235)


 

덧글

  • 2017/07/19 13:43 # 삭제 답글

    몰랐다. 가 죄가 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고 있던 와중이었는데 이렇게 또 이런 글귀를 만나게 되네요. 신기..
  • 취한배 2017/07/19 13:50 #

    몰랐다, 가 면죄부가 되는 어이없는 경우가 많았죠. 거짓말로 몰랐다, 가 아니라면 알려고 노력하거나 배워야한다는 생강, 아니 생각입니다. 이런 즉댓, 신기...ㅎㅎㅎ
  • 다락방 2017/07/20 11:13 # 삭제 답글

    이것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어쩐지 불끈)
  • 취한배 2017/07/21 01:50 #

    저 악마 같은 이의 내면은 도대체 어떤 것일지 궁금했어요. 천운영 작가 멋지더군요, 소재부터가. (불끈불끈할만합니다.ㅎ)
  • 달을향한사다리 2017/07/27 12:01 # 답글

    저는 자꾸만 악마에게 동정이 가서.... 천운영 작가 진짜 잘 쓰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에요~
  • 취한배 2017/07/27 23:52 #

    오. 글쿤요. 저는 한국문학알못이라. 그래서 더욱, 한국+외국문학 늘 골고루 섞인 사다리 님 리스트를 좋아한다지요. 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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